메타세쿼이아 3

여명 아래 안개낀 담양 메타세쿼이아 길_20211221

그래서 담양을 왔다. 기억의 빛바랜 모습에 다시 채색이 필요하여 따스한 겨울 품이 움튼 담양을 왔다. 매끈한 아스팔트와 고색창연한 도시의 불빛이 역겨워 잠시 피하면 감은 눈에 아른거리고, 밟은 땅에 돌이 채여 이미 익숙해진 딱딱한 질감의 문명에 멀리 떠나지 못한 채 습성의 담장을 넘지 못한다. 차라리 잊으라 치면 발길 돌릴 수 없는 매력에 눈이 멀고, 상납하던 영혼을 되돌려 받을 수 있는, 그래서 담양에 왔다. 햇살 나부낄새라 새벽 여명과 세상 빛이 안개로 승화된다. 여유의 세계, 금성산성_20200623 이번 담양 여행의 목적은 국내 최고의 인공 활엽수림인 관방제림과 강천산과 이어진 산자락 끝에 담양 일대를 굽이 보는 금성산성. 소쇄원, 메타세콰이아길, 죽녹원은 워낙 유명 인싸인데다 특 meta-roi..

가을 서사시, 담양_20201118

햇살이 어디론가 숨어 버렸지만 대기의 화사함은 오롯이 숨 쉬고 있는 만추의 전형적인 날에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을 거닌다. 이따금 갈 길 바쁜 바람결에도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지만 그 또한 희열에 대한 남은 미련처럼 길 위를 거닌 감촉은 아득한 추억처럼 폭신하고 간드러진다. 계절보다 더 찰나의 순간과도 같은 낙엽 자욱한 만추는 그래서 기억에 더 선명한 각인을 새겨 넣는지도 모르겠다. 저마다 오고 가는 차들도 이 길을 지날 즈음이면 가던 조급함을 잊게 되고, 앞만 보던 시야의 긴장을 늦추며 일 년 중 찰나의 이 순간을 위해 굳게 닫힌 마음의 창을 열게 된다. 뽀얀 눈이나 오색찬연한 꽃잎이 아님에도 아름다움을 마주칠 때 터져 나오는 감탄사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도보길이 아닌 일반 도로라 지나는 차량이 위험한데..

시간의 자취, 담양 메타세쿼이아길_20200623

걷다 걷다 다리가 지친 들 멈출 수 있을까? 잠시 멈춘 사이 길 위에 서린 아름다운 시간들이 흩어질까 두려워 사뿐한 발걸음을 늦추더라도 멈출 순 없다. 가을만큼은 아니지만 여름에 걷는 이 길도 막연히 걷다 가끔 뒤돌아 보게 된다. 가슴에서 미어터지는 아름다운 추억에 저미는 한이 있더라도, 이 길이 끝나는 아쉬움에 비할 수 없다. 그래서 이 길이 참 부럽다. 많은 이야기들을 벅찬 내색 없이 고스란히 품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