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작박물관 4

일상_20170121

제주로 떠난 가족들과 달리 내가 사는 고장을 지키던 주말, 점심을 해치우자 하염 없이 퍼붓던 함박눈도 잠시 소강 상태를 보여 라마다호텔 커피빈으로 커피 한 사발 때리러 왔다.일요일과는 다른 주말의 여유를 벗삼아 창가에 자리 잡고 커피에 심취해 있는 사이 언제 그랬냐는 듯 햇살이 걷히는 구름을 비춘다. 분명 하늘엔 두텁던 구름이 걷히면서 석양이 비추려 하는데 호랭이 장가 가려는지 얕은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눈꽃이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걸 부드럽게 엉켜 있는 눈뭉치가 반증해 준다.역시 과일이든 야채든 신선할 때가 최고 아니겠어? 커피빈 테라스에 측백나무? 너머 노작박물관이 보인다. 겨울에만 볼 수 있는 눈꽃의 고결한 기품이 아름답다. 테라스에서 사진 찍다가 추워서 냉큼 들어 왔는데 그 잠깐 사이 많..

일상_20161224

성탄전야에 가족들이 모여 식사를 같이 하잖다. 초저녁부터 분주하길래 무언가 봤더니 과메기와 순대볶음을 위시해서 몇 가지 가끔 먹는 음식들. 난 이 비린내가 익숙치 않아 패쓰! 순대곱창볶음은 없어서 못 먹는 음식 중 하나라 개흡입 했지. 며칠 전에 내린 눈이 겨울 추위로 고스란히 얼어 있다.조카들 권유로 걸어서 노작박물관 뒤 무장애길로 갔었는데 그 늦은 시간에도 다니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 걸 보면 성탄 전야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가 보다. 무장애길을 따라 올라가는 조카 녀석들은 어릴적에도 이렇게 같이 산책을 다니면 신이 나서 쫓아 다녔더랬는데 이 날도 혈기왕성하다.다만 앞서 가는 녀석은 입대를 몇 달 앞 둔 시점이라 마음이 착잡 했나 보다.길 가던 내내 특유의 입담과 유머가 좀 뜸했고 한사코 여기까지 걷자..

일상_20161204

부쩍 짧아진 낮에 부쩍 추워진 바람살이 영락 없이 겨울이다.11월이 되도록 가을 낙엽이 꽤 많이 붙어 있다고 좋아라 했는데 찬바람 앞에선 장사가 없나 보다. 초저녁임에도 밤이 되어 반석산 둘레길을 혼자 다니는 재미를 붙여서 한껏 음악을 틀곤 평소보다 빠른 걸음으로 거닐다 만난 자전거를 타던 반가운 사람들.오후 5시 반인데도 깜깜해져 둘레길은 이미 텅 비었다.밤에 아이폰으로 사진을 찍으면 이렇게 초점을 잘 잡지 못하는 구만. 쉴 새 없이 걷다 뜬금 없이 나비가 날아 다닌다.이 녀석만 있는게 아니라 종종 등불 주위를 맴도는 녀석들이 눈에 띄는데 낙엽 색깔과 거의 같아서 바닥에 앉아 쉬면 잘 표가 나지 않고 가까이 다가가 입바람을 훅 불면 그제서야 '들꼈구나' 싶어 또 사정 없이 날아 다닌다. 노작박물관으로 ..

일상_20160402

4월이 들어서 날은 많이 따스해 졌는데 대기는 미세 먼지로 홍역 앓이에 심각하다.이게 월매나 심각하냐믄 가까이 있는 남산타워가 희미하게 보일 정도에 공기 중에 텁텁한 스멜이 후각 세포가 지칠 틈도 주지 않는다.날 좋은 봄에 먼지로 황폐해진 대기라...겨울 동안 응어리진 기운을 봄 기운 처방으로 많이 이완시켜야 될 판에 이런 우중충한 늬우스들은 뛰어 오르려는 스프링을 어거지로 억누르는 형세다.그 와중에 주말이 왔는데 그렇다고 방구석에 틀어 박혀 마냥 헤엄칠 내가 아닌 만큼 쿨하게 헤쳐 나가자는 다짐을 하고 몸풀기에 들어 갔다. 영양에서 가져온 소나무 씨앗이 봄 기운을 받아 흙을 뚫고 세상을 향해 팔을 뻗기 시작했다.앞 전에 나온 새싹(겨울과 봄의 경계에서_20160301) 두 녀석은 끝내 씨앗의 딱딱한 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