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고단 4

긴 하루의 끝, 산수유 마을_20200319

하루가 금세 흘러간 것 같지만 돌이켜 보면 기나긴 시간이었다. 산수유마을-곡성-함허정-구례 사성암-곡성 두가헌-곡성 고달-구례 당골식당으로 이어진 경로를 볼 때 꽤 많은 거리를 이동하며, 하루만큼은 감탄사를 아끼지 않았다. 숙소로 돌아와 뿌듯한 가슴을 되짚어 이번 여정 또한 만족으로 인한 아쉬움 또한 부정할 수 없다. 숙소 베란다로 나와 어둑한 산수유 마을을 내려다봤다. 낮에 넘쳐나던 노란 빛깔은 모두 잠에 빠져 들었고, 마을을 지켜주는 지리산은 항상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언제나 지리산은 든든한 품새로 그 자리를 지키며 하늘 궤적을 따라 수많은 별빛을 뱉어내고 있는, 구례 여정의 마지막 밤은 아름답기만 했다.

언덕에 이은 노란 들판, 산수유 사랑공원과 산수유 문화관_20200319

문화관 앞 도로를 건너 주차장과 옆 산수유 들판으로 자리를 옮겼다. 앞서 산수유 군락지가 언덕이었다면 이번엔 상대적으로 규모는 작지만 평면적인 들판에 산수유 군락지가 있어 시각적으로는 노란 꽃이 빼곡하게 보였고, 그 노란 물결 너머 보이는 세상은 마치 파도에 떠 있는 섬 같았다. 산수유 들판 한가운데 우뚝 선 타워는 3층 정도 높이에 직접 오를 수 있어 노란 바다에 떠 있는 배의 갑판과 같았다. 이따금 사람들이 보였다 다시 노란 바닷속으로 사라졌지만 이 들판에서 꼭 한 번 오르게 되는 정규 코스 같은 곳이다. 내 기억에 산수유나무는 그리 크지 않은 걸로 기억하는데 여기는 키와 둘레가 지금껏 눈여겨보지 못했던 사이즈라 확실히 산수유마을의 유명세를 실감했다. 단지 나무를 빼곡히 심어 놓았다고 해서 산수유마을..

노란 향기가 파도치는 구례 산수유 사랑공원_20200319

듬성듬성 자란 노란 점들이 모여 세찬 바람을 타고 하나의 파도 마냥 출렁이던 산수유 마을의 정취가 함축된 사랑공원은 호텔에서 인척 거리에 작은 언덕을 꾸며 놓은 공원이다. 봄철이면 불청객처럼 불시에 찾아오는 미세 먼지도, 태풍을 방불케 하는 강한 바람도, 한창 분주한 평일 오전도 아닌 코로나19 여파로 예년 북적이던 마을은 그랬던 날이 있었나 싶을 만큼 무척 한산했다. 이른 아침에 숙소에서 바로 이곳을 찾은 뒤 곡성으로 넘어가기 전, 호텔 바로 앞 봄의 전령사 중 하나인 산수유꽃의 노란 손짓에 이끌려 잠시 찾은 세상은 그림에서나 볼 법한 무릉도원과도 같은 전경이었고, 바람결에 코끝을 스치는 봄 내음은 잠에 취한 듯 몽롱한 유혹이었다. 구례는 봄꽃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곳으로 산수유꽃, 매화, 벚꽃의 향연을..

하루를 시작하는 구례 산수유 마을_20200319

먼 길 달려온 피로는 설레는 기분에 비하면 새발에 피라 이른 새벽에 나도 모르는 사이 눈을 떴고, 침대 바로 옆 창문을 제치자 빛깔 고운 새벽하늘 여명에 잠시 잠을 털고 일어나 베란다로 나왔다. 구례 고도는 그리 높지 않아서 바로 옆 지리산의 위용은 가히 압권인데 때마침 동녘에 위치한 노고단 하늘로 떠오르는 하루를 감안한다면 베란다로 나오는 순간 습관처럼 그쪽 하늘로 고개를 돌렸다. 아직은 어두 깜깜한 밤이나 마찬가지지만 거대한 노고단 형체가 드러난 미려한 선은 역시나 압권이었다. 서둘러 카메라를 다시 들고 나와 여명을 담으며, 더불어 미세한 바람결에 실린 봄내음은 덤이다. 규정지을 수 없는 봄의 향그러운 향과 시골 어디선가 장작 지피는 내음이 겹쳐 가뜩이나 설레는 구례 여정을 앞두고 그 설렘은 더욱 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