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천 3

찜통 같은 대구, 욱수골과 금호강변_20220708

녹음이 무성한 개울가 산책로를 따라 잠시 걷는 사이 대구를 떠올렸다. 대구! 그냥 덥다는 생각뿐. 어차피 여름이면 어디든 덥다고 생각했지만 대구에 도착해서 도어를 여는 순간 나도 모르게 입에서 '헉!'소리가 난다. 서울도 열섬 현상으로 찌는 듯한 여름을 보낼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대구는 묘하게 찜통 같다. 2013년 한여름에 지인 잔치가 있어 대구를 왔을 때, 차량 온도는 30도를 조금 넘는 수치를 보여주다 대구에 가까워질 때부터 1도씩 오르다 결국 범어네거리 도착하는 순간 39도를 찍었던 기억도 있다. 차를 내리던 순간 선글라스에 뿌연 김이 서려 확실한 여름을 체험한 날이었는데 그 이후부터 여름에 대구를 오면 진정한 여름을 체험한다. 욱수골공영주차장에 주차, 요람을 회상하면서 길을 걸었다. 물론 당시..

봄을 만나러 금호강변을 걷다_20220430

인가와 불쑥 떨어진 강변의 봄은 움튼 녹색 물결이 출렁이는 가운데 그 물결 위로 이따금 손짓하는 봄꽃이 바다 파도의 하얀 물거품을 대신했다. 강을 따라 힘차게 흐르는 바람이 신이 난 이유는 어디든 내민 손을 맞잡아줄 새로운 생명이 강변 위에 공백 없이 자라 심지어 바람의 신명에 덩달아 밝은 색의 물결을 잘게 부숴줬고, 때마침 황사도, 미세 먼지도 어디론가 숨어 세상은 넘치는 유희가 강이 되고, 산이 되던 날이었다. 고산서당에서 나와 반대 방면인 금호강과 합류하는 방향으로 걸어 얼마 지나지 않아 야구 꿈나무들이 비지땀을 흘리는 리틀야구장에 다다랐고, 봄에 맞춰 각종 야생화들이 지천에 흐드러지게 폈다. 꿈나무들의 재능 잔치라 꽤 많은 가족들이 한데 모여 열기도 높았고, 좁은 길가에 아슬아슬하게 세워놓은 차량..

봄꽃 너울대는 평온한 고산서당_20220430

꽃들의 잔치가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을 만큼 온갖 색상이 풍년을 이루는 길을 따라 찾는 이가 없는 서당을 들러 잠시 흐르는 시간을 잊었다. 만발한 아까시 꽃이 강바람 따라 흥겨운 춤을 추는 마당에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그 매혹적인 향은 어디론가 사라져 공허한 정취가 자욱한데 잠시 위안 삼아 작은 언덕 아래 몸을 숨긴 서당을 산책하며 평온의 한숨을 들이켰다. 오래된 나무와 근래 끼워진 목재, 아무렇게나 핀 들꽃은 마치 뒤엉킨 것처럼 난무했지만 나름 자연이 살아가는 질서에 따라 오랜 시간 익숙해져 비교적 그들만의 규율에서 절제와 절도가 공존하는 작은 세상이 평온을 떠받드는 곳이었다. 호텔에서 출발하여 용무차 서변동으로 가기 전에 금방 다다를 수 있는 동대구 IC 부근 금호강으로 향했고, 율하동 육상 선수단지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