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 4

멋진 산행과 설레는 경험, 칠성대_20200615

사방이 볼거리로 가득한 운장산 서봉인 칠성대는 자고로 혼탁해진 시야와 가슴을 틔우기 안성맞춤이다. 무진장이란 말처럼 무주, 진안, 장수 트리오가 한결 같이 빼어난 백두대간에 기대어 절경도 품고 있지만, 무엇보다 이 일대 젖줄이 용솟음치는 곳이기도 하다. 계획했던 대로 무주는 작년에, 진안은 올해 그 땅을 밟으며, 먼 길을 달려온 수고로움을 멋진 보람으로 승화시켜 주는 곳, 그래서 차곡히 쌓은 기대가 꽃망울처럼 만개하여 숲의 향그로움처럼 뿌듯한 내음이 온몸을 전율시킨다. 칼끝 같은 아찔한 능선길이지만 우거진 나무숲이 두려움을 마취시키고, 막연히 뻗는 후회의 유혹을 떨칠 수 있도록 숲의 틈바구니 사이 절경은 목적지까지 동행해준 버팀목이다. 이쯤의 노력으로 절경을 볼 수 있는 곳인데 왜 그간 결단의 주저함에 ..

평온의 호수_20200111

망해사를 벗어날 무렵 해는 벌써 서쪽으로 제법 기울었다. 그만큼 망해사에서 오래 머물렀다는 건가? 익산으로 돌아가는 길에 망해사로 오면서 큰 호수를 눈여겨 봤고, 돌아가는 길에 잠시 들리겠노라 점 찍어 놨는데 그러길 잘 했다. 위성지도로 본 호수의 모양도 특이했지만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여길 리조트 단지로 조성하려 했는지 출입이 금지된 유람선형 숙소와 카페가 있다. 호수 위로 뻗어 나온 가지에 까마귀가 빼곡히 쉬고 있는 모습들이 쉽게 포착되는데 언젠가 김제에서 만난 거대 까마귀떼가 이렇게 흩어져 쉬고 있다는 거다. 뜨거운 석양과 어울려 온통 출렁이는 금빛 세상을 연출하고 있는 가운데 그 길목에 나무처럼 멈춰진 장면 또한 장관일 수 밖에 없다. 호수가엔 말끔한 주차장이 많고 특히나 호수 서북편 근린공원에..

큰 어르신 지리산에 안기다_20191127

광주대구 고속도로를 따라 곧장 남원 인월에 도착한 건 정오가 살짝 지난 시각이었다.지리산의 거대한 형체가 먼곳부터 어렴풋이 유혹의 촉수를 뻗히고, 그와 더불어 최종 목적지인 구례 또한 지리산에 기대어 조용히 웅크리고 있는 단아한 도시라 이번 여정의 최종 목적지로 언젠가 부터 벼르고 벼르던 결정이었다.2013~2014년 초까지 출장이란 명분으로 남원을 뻔질나게 다니던 인연으로 제법 익숙한 지역이란 명분에 힘 입어 뱀사골 너머 구례는 늘 '멀지만 두루두루' 가봐야 되는 여정의 코스로 낙인을 찍어 두었고, 더불어 예전엔 산채 요리가 잡초향 가득한 몸에 좋은 음식 정도로 치부 했지만 뱀사골 초입 즐비한 산채 식당을 방문한 이후로 몇 년 지나도록 그 즐겁던 혀 끝의 미각을 잊지 못하고 있었기에 과감히 뱀사골을 경..

김제 까마귀떼_20190124

홍천에서 익산으로 내려와 잠시 시간 보내고 김제로 넘어왔다. 익산 카페에 들어가 맥북을 켜는 찰나 전원 먹통이다. SMC 초기화를 했음에도 아예 전원이 들어 오지 않아 조금은 속상했는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휴대폰 충전기나 보조 배터리를 지속적으로 사용할 경우 이럴 수 있단다. 정품 충전기를 연결해서 다시 SMC 초기화를 하면 원래 대로 부팅 되니까. 지인 집들이겸 모처럼 반가운 얼굴로, 거의 휴일 없이 보내는 녀석이라 그나마 내가 움직이는 게 낫겠다 싶어 쉬엄쉬엄 차를 몰고 내려 왔는데 퇴근 시간에 맞춰 잠시 차를 세워 놓고 기다리는 사이 하늘에 어마무시한 까마귀떼가 하늘을 지난다. 난생 처음 초대형 까마귀떼를 눈 앞에서 목격한 거라 ㅎㄷㄷ했다. 한편으로 따지면 지는 석양을 배후에 두고 까마귀떼가 흐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