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역 11

이상과 동경을 찾아서, 정선 증산역_20050329

평생 동안 여행을 거의 다니지 않으신 행님을 모시고 처음으로 정선 가던 날, 제천에 주차한 뒤 제천역에서 달려와 증산역에 내려 역사 밖으로 나와 때마침 선 장터 구경에 나섰다. 제천역에서 얼마 되지 않는 거리지만 열차가 고속으로 운행할 수 없어 한참을 걸렸는데 대략적인 기억에 3시간이 더 걸렸었다.장터 구경을 하고 옆에 커피샵이란 간판이 보여 들어갔더니 다방이었는데 차를 주문하자 이쁜 아줌씨께서 옆에 앉으셨고 마실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다. 새삼스럽게 괜한 부담은 무엇? 정선을 갈려면 증산역에서 내려 유일한 정선행 열차인 정선꼬마열차를 타야했는데 그 기다림 동안 주변을 구경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고, 더군다나 정선이라는 단어에서 오는 동경이 뒤섞여 기다리는 마음은 마치 허공을 질주하는 갈매기 같았다.

추억의 사색 2024.05.22

대중교통으로 봉화 가는 길_20221001

세상사 다가올 시간처럼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안개 자욱한 새벽길을 뚫고 서울로 향했다.유쾌한 기분이 아님에도 아주 작은 감동에 부정의 먼지를 털었고, 무거운 걸음에 주문을 걸었다.하루 중 눈이 맑아지는 카페에 앉아 감미로운 커피 한 잔으로 마음에 먼지도 털고 걸음에 날개도 달았다.언젠가 맥북 충전 빵빵하게 해서 저 구석탱이에 앉아 넷플릭스 한 번 때려야 되겠다. 가족 모임으로 퇴근해서 바로 청량리 열차를 탔다.단양을 지날 무렵, 해가 지기 시작했다.영주에 진입하며 내릴 채비 중 가을 들판이 너무 이뻐 일어서기 전 사진으로 담았다.가을이 물든 들판은 언제나 이뻤다.영주역에 도착하여 곧장 밖으로 나왔는데 한창 공사 중이었다. 영주 가는 길_20150626영양을 목적지로 금요일 칼퇴근 후 청량리역에서 ..

부산에서 상행열차를 타고_20200428

부산 형님 초대로 부산 다녀오는 길에 그 많던 기회를 홀라당 날려 버리고, 고작 부산역에서 뒤늦게 몇 장 찍은 사진만 건졌다. 백팩에서 빛을 바라며 기분이 들떠 있었던 카메라가 얼마나 실망했을까? 전날 도착해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22시 이후부터 모든 식당과 술집이 문을 닫아 편의점 도시락으로 저녁을 때우고, 맥주 몇 캔을 사서 숙소에서 술자리를 벌렸는데 왠지 기분이 묘했다. 다음날 그 형님과 점심 식사를 하고 투썸플레이스에서 커피를 마신 뒤 바로 헤어져 부산역으로 곧장 와버린 것도 거의 찰나 같았다. 플랫폼으로 내려가기 전, 부산역 부근을 둘러봤다. SRT를 타기 전, 발걸음은 천근만근이다. 하루 시간이 이렇게 허무하게 지나갈 줄이야. 좌석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다 멍하니, 그저 떠나며 빠르게 후퇴하..

친근한 정취들, 곡성_20200319

지인을 만나기 위해 약속 장소에 도착한 건 생각보다 이른 시각이라 곡성역 주변을 둘러보며 친근한 자취를 만났다. 편한 위치에 주차를 한 뒤 기차마을과 연결된 다리 주변을 둘러보고 이어 곡성역으로 이끌리듯 따라갔는데 분지처럼 주변이 산으로 둘러 쌓인 곡성의 전체적인 풍경과 달리 분지 내부는 탁 트인 평야로 그 한가운데 곡성역이 있어 어느 정도 높이를 맞춰 설계된 플랫폼을 배경으로 영화 촬영을 해도 손색이 없겠다. 기차마을로 이어진 철길 다리가 다분히 증기 기관차를 재현시켜 놓아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해놓았다. 양지바른 곳에 작지만 어여쁜 봄꽃이 무더기로 모여 따스한 봄볕을 쬐고 있다. 곡성천변 도로가에 군락지로 형성되어 이 작은 꽃은 눈에 띄지 않지만 꽤 많은 꽃들이 모여 있어 지나칠 수 없었다. 기..

추억 속 간이역의 출발이자 종착지, 정선역_20200202

기차역의 낭만을 보고 싶거들랑 정선역으로 가야된다. 막연한 그리움, 기대와 설렘. 기차역은 예나 지금이나 특유의 감성은 변색되지 않는다. 곡선의 철길은 직선화 되면서 의도와 결과만 중시되지만, 기차역은 문명의 혁명에도 결국 건재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 처음 정처 없이 기차 여행을 떠나 도착한 곳이 정선역이라 몇 년 동안 기억을 고스란히 숨겨둔 채 애써 외면했던 진실은 봄의 기지개처럼 견고한 땅을 비집고 나오듯 어쩌면 나는 정선역이 변화하지 않길 바랬지만 발아하는 호기심을 막을 순 없었다. 시간의 흔적이 완연하지만 묘하게도 수채화 같은 추억의 담담한 행복은 어떤 상흔도 없다는 걸 확인한 게 뜻 밖의 수확이랄까? 시간의 이야기가 그토록 많던 간이역은 대부분 사라지고, 기차의 정취도 이제는 많이 달라졌다...

익산 가는 날_20200110

익산은 많이도 지나다녔지만 최종 목적지로 왔던 건 기억에 어렴풋할 정도로 오래간만이다. 금요일 퇴근과 동시에 서울역으로 와서 KTX를 타고 얼마 되지 않아 도착할 만큼 익산은 심리적인 거리감이 얼마 되지 않았다. 여수나 광주를 가게 되면 필히 거치는 길목과도 같은 곳으로 때론 익산역에서 여수 방면이나 광주 방면을 환승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번엔 열차를 타고 앉자마자 퇴근 후의 이완과 동시에 너무 깊은 잠을 잤던지 전주에서 내려 버렸다. 하는 수 없이 익산까지 다시 상행 열차를 타고 내리는 바람에 예정 도착 시각이 훨씬 지났고, 익산역에서 내려 목적지까지 택시를 이용, 이마저도 금세 도착했다. 오는 길에 착오가 있긴 했지만 마음 편한 여행인 만큼 이런 사소한 에피소드는 기억에 오래 남아 여행을 더욱 ..

순천 다녀 오는 길_20191108

작년 함께 캠퍼스를 밟았던 학우들 만나러 순천을 갔다 걸판지게 마시고 완전히 새 됐다.워낙 뚝배기 같은 학우가 순천과 곡성-이 형은 10월에 전주에서 만났지만-에 살아 한 달 전부터 약속을 잡았는데 창원에 사는 학우도 꼭 참석하겠다고 해서 서울, 곡성, 순천, 창원에서 가장 모이기 쉬운 장소를 순천으로 결정 했고, 주말에 서울역에서 출발하여 저녁에 도착하자 마자 들이 마셨다.순천, 창원 학우는 꾸준하게 연락하며 지냈지만 1년 만에 처음 본 거나 마찬가지.일 요일에 순천을 좀 돌아다니며 사진은 전혀 찍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텅빈 순천역 광장에 서서 빠듯하지만 남는 미련을 삭히지 못하고 뒤돌아서 둘러 봤다.얕은 비를 뿌린 전날의 여운이 남아 세찬 바람과 함께 잔뜩 흐리다. 덜컹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