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 6

섬진강 따라, 곡성_20210120

섬진강만 그 자리에 있을 뿐 완연히 봄과 다른 겨울 옷을 둘러쓴 함허정은 지난해 여름 폭우로 출입이 제한되어 있어 아쉬운 대로 주변을 돌며 강바람 짙은 향연 속에 잠시 몸을 맡긴다. 먼 길 달려온 강물은 함허정을 감싸고 잠시 쉬어 가듯 강폭이 넓어지고 웅크리는데 오랜 시간 그 모습을 보고 얼마나 많이도 한탄과 삶의 집착을 내려놓았을까? 겸허해지는 순간 억겁 동안 지낸 강은 스승과 다를 바 없다. 세상 모든 적막들이 모여 쉬고 있는 저곳에 서는 순간 진가는 유감없이 드러난다. 여름 장마 폭우 당시 섬진강 수자원을 잘못 관리하는 바람에 강유역에 수많은 피해가 났었던 게 떠올랐다. 서쪽 섬진강에서 반대편인 동녘으로 고개를 돌리면 칼날 같은 동악산 능선에 또 한 번 감탄한다. 동악산 능선을 넘어 석양이 잠시 숨..

해 질 녘 곡성 도깨비_20200319

사성암에서 출발하여 다시 곡성으로 향했는데 오전에 섬진강변의 17번 국도를 경유했다면 이번엔 섬진강을 넘어 반대편의 한적한 도로를 경유했다. 첫 번째는 두가헌이라는 멋진 시골 카페를 이용하기 위함이었고, 두 번째는 도깨비마을로 가기 위함이었다. 물론 두가헌의 멋진 정취에 빠져 오래 앉아 있는 사이 석양은 서산으로 완전히 기울어 더 이상의 멋진 절경을 제대로 누릴 수 없는 데다 하루 동안 동선을 감안하면 허기가 밀려올 만했다. 그래서 도깨비마을 방문은 패스하고 마을 입구까지만 가는 걸루~ 해질 무렵 음산한 도깨비 마을. 어릴 적 어둑한 암흑 속에서 한 번도 나타나지 않은 도깨비는 늘 마음속에 자리를 잡고,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잊혔다고 안심했던 도깨비가 다시 눈앞에 떡!허니 자리를 잡고 있는데 때마침 석..

섬진강도 쉬어 가는 곳, 함허정_20200319

지인이 안내한 곳은 지극히 평화로운 시골 마을 정취에 섬진강을 직면한 함허정이었다. 유명 관광지가 아닌 그리 알려지지 않은 명소를 원했고, 그 숨은 의도를 가장 잘 파악하여 정말이지 지나는 인적이 거의 없어 흔히 지나칠 법한 그런 흔하디 흔한 시골이다. 그럼에도 섬진강을 끼고 약간 지대가 높은 언덕이 배후에 있는 고전적인 정자였다. 함허정(涵虛亭) 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160호. 543년(중종 38) 심광형(沈光亨)이 만년에 유림들과 풍류를 즐기기 위해 세웠는데, 그 후 증손 청안현감(淸安縣監) 민각(民覺)이 쇠락한 정자를 옛터의 아래로 옮겨 새로 건립하였고, 다시 5대손인 세익(世益, 호는 浩然亭)이 중수하였다. 세익이 두 아우와 우애가 매우 돈독한 것을 보고 마을사람들이 칭송하여 ‘호연정’이라 별칭을..

곡성의 유명인사, 소머리국밥_20200319

드뎌 소머리국밥집에 도착, 역 주변이라 전형적인 정취가 남아 있으면서도 잘 정비된 도로에 맞춰 반듯한 첫인상은 놓치지 않았다. 식당 내부도 오래된 집의 분위기는 남겨 두고, 현대식 깔끔한 분위기를 더해서 한결 편한 식사가 가능하다. 이른 아침을 대충 챙긴 터라 국밥을 한 술 뜨자 잡내가 없으면서도 특유의 구수함은 잃지 않았는데 서울에서 이 가격을 구경하기란 쉽지 않으면서도 그렇다고 내용물이 허술한 것도 아니라 오히려 건더기조차 푸짐하다.-물론 특을 시키면 오지게 만족하겠지- 슝슝 썰어 놓은 대파를 국물에 들이붓고 한술 한술 뜰 때마다 속은 편안해지고, 마지막 한술마저 비울 때까지 깔끔한 첫맛은 변함없는 걸 보면 전라도 맛집이라 소문나면 별 의심하지 않아도 되겠다. 어떻게 식사를 끝냈는지 모를 만큼 마지막..

친근한 정취들, 곡성_20200319

지인을 만나기 위해 약속 장소에 도착한 건 생각보다 이른 시각이라 곡성역 주변을 둘러보며 친근한 자취를 만났다. 편한 위치에 주차를 한 뒤 기차마을과 연결된 다리 주변을 둘러보고 이어 곡성역으로 이끌리듯 따라갔는데 분지처럼 주변이 산으로 둘러 쌓인 곡성의 전체적인 풍경과 달리 분지 내부는 탁 트인 평야로 그 한가운데 곡성역이 있어 어느 정도 높이를 맞춰 설계된 플랫폼을 배경으로 영화 촬영을 해도 손색이 없겠다. 기차마을로 이어진 철길 다리가 다분히 증기 기관차를 재현시켜 놓아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해놓았다. 양지바른 곳에 작지만 어여쁜 봄꽃이 무더기로 모여 따스한 봄볕을 쬐고 있다. 곡성천변 도로가에 군락지로 형성되어 이 작은 꽃은 눈에 띄지 않지만 꽤 많은 꽃들이 모여 있어 지나칠 수 없었다. 기..

곡성 가는 길에 섬진강 봄_20200319

구례에서 곡성으로 가는 길은 크게 2가지. 섬진강변 도로와 산중 텅 빈 도로로 어느 길로 가든 봄 풍경에 기분이 좋아져 허투루한 음악 소리에도 선율을 타고 어깨를 들썩인다. 이번엔 섬진강변을 따라 양갈래 산이 끊임없이 이어진 협곡 같은 길로 건너편은 행정구역상 구례며 한적한 반면 곡성 17번 국도는 매끈하게 포장되어 실제 곡성까지 거리에 비해 소요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다. 곡성으로 가는 섬진강변길엔 봄의 화사한 초록을 여기저기 흩뿌려 놓았는데 태동하는 초록의 화사하고 싱그러운 빛깔이 섬진강을 따라 곡성까지 이어졌다. 더불어 아침부터 대기를 뿌옇게 짓누르던 연무가 조금씩 걷히며 여정의 즐거움을 증폭시켜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