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택 3

섬진강 따라, 곡성_20210120

섬진강만 그 자리에 있을 뿐 완연히 봄과 다른 겨울 옷을 둘러쓴 함허정은 지난해 여름 폭우로 출입이 제한되어 있어 아쉬운 대로 주변을 돌며 강바람 짙은 향연 속에 잠시 몸을 맡긴다. 먼 길 달려온 강물은 함허정을 감싸고 잠시 쉬어 가듯 강폭이 넓어지고 웅크리는데 오랜 시간 그 모습을 보고 얼마나 많이도 한탄과 삶의 집착을 내려놓았을까? 겸허해지는 순간 억겁 동안 지낸 강은 스승과 다를 바 없다. 세상 모든 적막들이 모여 쉬고 있는 저곳에 서는 순간 진가는 유감없이 드러난다. 여름 장마 폭우 당시 섬진강 수자원을 잘못 관리하는 바람에 강유역에 수많은 피해가 났었던 게 떠올랐다. 서쪽 섬진강에서 반대편인 동녘으로 고개를 돌리면 칼날 같은 동악산 능선에 또 한 번 감탄한다. 동악산 능선을 넘어 석양이 잠시 숨..

자연이 펼쳐 놓은 평온에 잠시 기대다_20190713

마당을 나서 다른 가족을 데리러 안동역으로 가기 전, 작년부터 찾아 가겠노라 다짐했던 고산정을 찾았다.봉화 청량산을 지나면 행정 구역상 이내 안동이 나오고 그 첫 머리에 이런 절경이 환영을 한다. 강에 기댄 기암 절벽이 펼쳐져 있고 그 절벽이 끝나는 시점의 작은 터에 마련된 고산정은 마치 자연의 일부처럼 보인다. 고산정이 그저 평이한 강가에 있었다면 돋보일 수 없었겠지?장엄한 자연이 위대한 이유는 이렇듯 함께 빛을 내기 때문이다. 강을 건너 고산정으로 가자 초입이 이런 멋진 느티나무가 한껏 가지를 펼친 채 반가이 맞이해 준다. 사실 고산정은 평이한 고택에 불과하다.그리 알려지지 않아 이 공간에 머무는 내내 새소리와 바람소리, 심지어 몇 방 물어 뜯긴 모기소리 조차 선명하게 들린다.강 너머에서와 달리 고산..

지나는 가을의 길목_20171106

이튿날 부시시 잠에서 깨어 서둘러 떠날 채비를 한다. 각자 가고 싶어하는 곳이 달라 의견이 분분 했지만 오마니 의견에 따르기로, 그러자 모두 동의하여 하회마을로 향했다. 이틀을 묵어야 하니까 휴양관 일대 안동호 구경은 에너지가 어느 정도 소진된 후에 하기로 했다.가까운 곳에서 에너지가 고갈되어 버리면 정작 가봐야 되는 곳은 출발 전에 의기소침 해져 버리니까 에너지가 충만할 때 거리가 어느 정도 되는 하회마을을 앞뒤 돌아보지 않고 재촉해야만 했다.휴양관에서 나오는 길에 미련만 남겨둔 안동호수를 훑어 보자 전형적인 가을의 따가운 햇살이 하염 없다. 하회마을은 2개월 여 전 경북도청 신청사 방문 때(낯설던 예천과 친해지다_20170901) 인근이었단 걸 알고 잠시 들릴려다 지체할 수 없는 사정으로 차후를 기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