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7번 국도 울진 도화 공원까지_20190313

사려울 2019. 8. 17. 16:07

부산에서 출발해서 포항까지 오는데 한참을 걸려 17시반 정도로 늦어버렸다.

학교 공직 생활을 하는 야무진 동생을 만나 커피 한 잔 나누는 사이 무심한 시간을 지칠 줄 모르고 흘러 이내 헤어졌고, 7번 국도를 따라 오는 사이 시간은 꽤나 많이 흘러 10시 정도가 되어서야 울진 도화공원에 도착했다.

가뜩이나 울진하면 오지라는 인식이 강한데다 사람들 사이에 알려지지 않은 공원이라 이 시각도 한밤 중인 시골 시계를 감안 했을 때 공원은 밝혀 놓은 불이 아니라면 한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텅빈 우주와 같았다.

비 내리던 어제와 달리 미세 먼지로 대기가 뿌옇게 흐려 조금은 우려를 했지만 어찌하오리.

이따금 텅빈 공원의 주차장에 차가 들어오는가 싶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나가 버리면 공원 전체는 아무런 소리도 전달되지 않을 만큼 무거운 적막과 고요 뿐이었다.

이 공간에 들린 게 과연 얼마나 오래 전의 일일까?

(통고산에서 삼척까지_20151105, 깊은 밤의 청승_20161015)

지독히도 외로움에 지쳐 세상을 바라보는 망부석 마냥 얼어버린 공원의 벤치와 나무 한 그루.

그 애타는 속을 모르는 벌거숭이처럼 손바닥 만한 작은 공원에서 문명과 다른 암흑과 시린 바람의 노래 소리를 넋 놓고 감상한다.

2년이 훌쩍 지난 동안 모처럼 찾은 깊은 밤에 쓰라리던 적막이 무척이나 낯설다.

까마득할 것만 같던 겨울 심연의 바다, 매끈한 도로를 무색하게 만드는 텅빈 질주, 희미해져 버린 도시의 차가운 전등이 발치에 머물러 있을 때 홀로 모든 것들을 내려다 보며 깊은 오지로 숨어 버린 겨울의 여정을 듣는 찰나가 그립다.

문명의 시계는 금새 흘러 버리지만 자연의 시간은 귓볼에 매달린 여운으로 남아 기억의 숲에서 메아리로 굴절된다.



쉽지 않은 길이라 더욱 애절 했는지도 모른다.

늦은 밤, 저 먼 곳 발치에 내려다 보이는 동떨어진 거리의 불빛도 모처럼 방문을 반기는 시그널 같다.



바람이 미친듯이 흔들지만 다시 돌아오고 늘 제자리다.

괴롭힘이 아니라 그들만이 즐기는 방법일 수 있겠다.



공원 주차장에 울진 관광 지도가 휘황찬란하다.

텅빈 공간에 사치라면 사치랄까?



아직은 바람살이 찬 시기를 대비해 겨울 패딩을 입고 한참을 공원에서 홀로 된 공간을 영위하다 자정이 가까워서야 더욱 오랜 만에 찾은, 미리 예약한 덕구 온천 호텔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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