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불빛 가득한 야경, 사북 둘레길_20210227

사려울 2023. 1. 17. 03:18

과거의 모습을 탈피하고자 거칠게 몸부림치는 사북의 밤은 여느 지방의 마을처럼 일찍 찾아와 깊은 잠에 침묵 중이다.
따스한 남쪽 나라와 달리 여전히 겨울 기운이 웅크리고 있어 끼고 있는 마스크 내부엔 어느새 이슬이 맺혀 인중을 간지럽히며 먼 길 찾아온 수고에 구수한 사투리처럼 입술 촉촉한 대화를 이어간다.
어두운 밤에 어디를 갈 엄두는 나지 않아 지난번 봐두었던 둘레길을 밟으며 오랜만에 찾아온, 오랜 공백을 깨듯 연탄 내음이 코끝 살랑대는 밤공기를 폐부로 맞는다.
여전히 사북의 밤은 일찍 찾아오지만, 대기를 가득채우는 빛잔치는 기세등등하다.

퇴근 뒤 열심히 달려 사북에 도착, 복지 프로그램으로 미리 예약한 메이힐즈에 짐을 풀고 바로 사북 지장천 둘레길로 이동했다.

지나는 길에 지장천을 중심으로 잘 다듬어진 데크길을 보며 조용한 거리에 비해 화려한 야경은 염두해 뒀었고, 때마침 이른 밤이긴 해도 금세 한기가 몰려와 적막은 깊어 든든히 차려입은 채 길을 나섰다.

철길 옆을 지나는 지장천로는 사북에서 지대가 높은 편인 데다 지장천을 따라 데크길이 조성되어 있어 걷는 즐거움을 곱씹을 수 있었다.

고한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사북2교 삼거리부터 걷기 시작해서 사북에서 번화한 사북교까지 걸어왔다.

이따금 지나는 차량은 있어도 인적은 거의 없어 덩달아 걸음은 느긋했다.

2014년 벽화와 연탄길이 생각 나 돌아오는 길은 갔던 길에서 지장천 너머 작은 소로를 따라왔는데 큰 변화가 없음에도 과거의 흔적은 많이 덮여 있었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적막한 밤에 걷기 무척 좋은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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