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바다를 향한 그리움, 망해사_20200111

사려울 2021. 7. 4. 16:08

점심을 해결하고 미리 훑어본 지도의 잔상을 따라 찾아간 곳은 만경강 하구의 정취를 지대로 누릴 수 있는 망해사다.
가는 길은 그 유명하고도 유명한 김제평야의 드넓은 평원을 한참 지나 바다와 맞닿을 무렵, 도로에서 한적한 우회길로 빠지자 작은 언덕을 넘어 한눈에 평원과 그 평원을 가르는 만경강이 들어찼고, 그 길이 끝나는 지점이 바로 망해사였다.

망해사는 여느 사찰과 크게 다를 바 없이 요지에 자리 잡고 있었지만 그 한적함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인적과 문명의 소음이 없었고, 사찰 한 가운데 도드라지게 자리 잡은 나무의 위세는 다른 모든 시선을 잡아 끌기에 충분했다.

사찰에 가면 흔히 접할 수 있는 석탑이나 종은 나무를 위해 존재하는 한시적인 동반자 같았고, 평원을 가르는 만경강은 이 자리에 서 있는 심적 성취감을 완벽하게 충족 시켜 줬다.
김제평야는 몇 번 왔던 기억이 있어 그 규모를 충분히 감안하고 있었지만 만경강 하구의 규모는 발원지에서의 거리를 유추해 봤을 때 바다의 만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거대했다.

이 정도면 바다 수준 아닌가?
이렇게 고즈넉한 사찰에서 사방이 뻥 뚫린 평원과 강, 바다를 보고 있자니 깊은 산속의 사찰과는 분명 다른 느낌이다.

아주 가끔 들렸다 이내 떠나는 사람들과 달리 내게 있어 조금은 특별한 감회로 다가온 곳이라 세찬 겨울바람에 아랑곳 않고 한참 자리를 떠나지 않고 이 기분을 오롯이 가슴에 새겼고, 따라온 동상은 뭔 죄를 지었길래 오돌오돌 떨며 기다리는 고행을 겪었다.
그래도 싫은 내색 한 번도 하지 않았응께 기특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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