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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엄한 석양을 담은 봉화 축서사_20240407

사려울 2024. 6. 17. 11:47

붉은 석양이 질 때면 아쉬움도 붉게 타들어간다.
그럼에도 밤이 지나 다시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진리로 인해 오래 머무르지 않고 내일을 기다린다.
석양 맛집에서 아쉬움을 털고 땅거미 등에 염원을 실어 날린다.
더불어 문수산에 둘러 쌓인 사찰에 첫 발을 들이는 순간 장엄해지는 기분에 습관처럼 감탄사를 뱉게 된다.

3대 청정탄산약수와 축서사를 품은 문수산(높이 1,205m)은 경상북도 봉화군 물야면 개단리, 춘양면 서벽리, 봉성면 우곡리에 걸쳐 있다. 백두대간 옥돌봉에서 남동쪽으로 안동의 학가산까지 뻗어가는 문수지맥의 산으로 봉화의 진산(鎭山:도읍지나 각 고을에서 그곳을 지켜주는 주산으로 정하여 제사 지내던 산)이다. 신라시대에 강원도 수다사에서 도를 닦던 자장 율사가 태백산을 찾아 헤매던 문수보살이 이산에 화현(化現:불보살이 중생을 교화하고 구제하려고 여러 가지 모습으로 변하여 세상에 나타남)했다 하여 문수산이라 했다고 전한다.
또 독수리가 웅크리고 앉아있는 생김새라 하여, 불법에서 '날카로운 지혜'는 독수리의 부리와 같다는 이치에서 대승보살 중에 지혜가 날카롭고 뛰어난 문수보살의 이름을 따서 문수산이라는 지명을 사용했다는 설도 있다.
산중에는 673년(신라 문무왕 13년) 의상이 창건한 축서사가 현존하며, 중대사, 서벽사, 공벽암 등 많은 절터가 있다.
예로부터 약수가 나는 산을 명산이라 부르는데 이곳 문수산에는 오전약수를 비롯하여 다덕약수, 두내약수 등 3개의 천연탄산약수가 있다.
축서사(鷲棲寺)는 경북 봉화의 문수산 중턱에 자리한 사찰로 해발 800m에 달하는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축서사는 한자로 독수리가 사는 절이라는 뜻으로 673년 의상조사가 창건한 이 절에는 대웅전불상과 광배, 좌대, 괘불 등 보물과 지방문화재자료로 지정된 삼층석탑과 석등이 있다. 축서사에서 40여리 떨어진 봉황산 중턱에 대찰을 세웠으니, 동국화엄제일도량인 부석사이고, 흔히 축서사를 부석사의 큰 집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한다.
[출처] 문수산, 축서사_봉화군청
 

봉화의 명산 - 봉화문화관광

 

www.bonghwa.go.kr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서둘러 축서사를 찾은 이유는 석양 맛집이기 때문으로 다행히 늦지 않고 일몰을 감상하며, 손끝에, 가슴 속에 담을 수 있었다.

미세먼지가 있던 날이라 조금 아쉽긴 해도 산사 일몰은 장관이 따로 없었다.

미세먼지로 선명한 일몰을 볼 수 없는 대신 눈부심이 적어 육안으로도 충분히 일몰에 몰입할 수 있었는데 문수산으로 둘러싸인 사찰의 트인 방향이 일몰과 맞아떨어져 이 장관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찾는단다.

때마침 비슷한 시기에 여기까지 왔던 사람들도 일몰을 담기에 여념없었다.

조금은 가파른 계단을 올라 사찰에 진입하자 문수산의 두 산자락이 감싸 안은 형세라 첫 발을 들이는 순간 가슴이 장엄해져 연신 감탄사를 뱉었다.

지도를 찾아보면 사찰에 들어서는 순간 이 장면이 연출되는데 사찰 너머 바로 문수산 정상 방향이었고, 사찰 주위에 정교하게 둘러선 이 장면이 실제 장엄하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스쳤다.

산 정상과 가까운 중턱이라 허락되는 공간이 그리 크지 않아 사찰 규모 또한 큰 편은 아니었음에도 갑갑하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사찰은 크게 3단의 계단식 형태였는데 초입의 가장 낮은 공간이 주차장, 중간층은 오층보탑이 있는 통짜형 너른 공간이었고, 그 위에 대웅전과 석등이 있었는데 차례로 오르며, 서서히 진행되는 일몰의 장관을 놓치고 싶지 않아 연신 서녘을 바라봤다.

대웅전 앞에서 서녘을 바라보면 도리어 고도가 높은 곳임에도 규모는 제법 큰 편이었다.

일몰은 대부분 진행되어 이제 희미하게 사라져 가는 중이었는데 역시나 석양과 노을 잔치를 즐길 수 있는 형세였다.

대웅전 우측으로 진행하면 보광전과 석등이 있었는데 워낙 무게감 있는 평온이라 발걸음도 조심스레 내디뎠다.

석등 너머 서녘 일몰의 여운은 여전히 잔잔했다.

보광전 뒤편에 문수선원이 가장 깊은 곳에 있었고, 짧게 내부를 훑어보고 바로 마이타삼존불로 향했다.

마이타삼존불로 오르는 계단의 한가운데 눈빛이 또렷한 용과 마주했다.

마이타삼존불은 사찰 규모에 비해 석판이 깔린 너른 공간이었다.

이미 하루 해가 진 뒤라 오래 머물지 못하고 불도를 걷는 가족들은 짧게 절을 드렸고, 난 사방을 천천히 둘러봤다.

마이타삼존불을 끝으로 축서사를 떠나기 위해 천천히 걸어 내려왔는데 워낙 진중한 인상을 남긴 곳이라 뒤돌아서 아쉬움을 달랬다.

첫인상은 장엄했고, 감상하는 동안 포근해지는 사찰이 바로 축서사로 이런 멋진 곳에서 정말 오랜만에 가족들과 거룩함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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