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대가야 품으로_20190303

사려울 2019. 8. 13. 23:10

여러 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우선 오마니 고향을 찾아 보기 위함이었고, 더불어 오랫 동안 연락이 닿지 않는 먼 친지의 소식이 전해져 반가움을 실현해 드리고자 했다.

너무 느긋하게 밟았나?

5시간 걸려 고령에 도착, 저녁 식사를 해결할 마땅한 식당을 찾느라 30분 동안 헤메는 사이 8시를 훌쩍 넘겨 버렸고 하는 수 없이 치킨 한 마리와 햇반으로 간단히 저녁을 해결하기로 했다.

오마니도 기운 없으신지 대충 해결하자고 하시는데 그래도 배는 불러야지.

지도 검색에 치킨집은 많지만 막상 댓글 평이 좋은데가 많지 않아 여기로 선택했는데 불친절에 착한 가격은 아니다.

맛이 있다면야 가격이 문제겠냐마는 자극적인 소스에 절여 놓는 수준이라 치킨 특유의 식감과 맛은 찾기 힘들다.

배 고픈데 더운 밥, 찬 밥 가릴 처지는 아니지만 응대 인상에서 기분이 망가져 편견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

보통 음식점 같은 곳에 가면 친절을 바라는게 아니라 인상만 안써도 좋겠다.



주문한 치킨이 19,500원!

갈비를 빙자한 자박한 소스에 거의 담궈 놓은 수준이다.




며칠 전 미리 예약한 대가야 역사 테마파크 내 펜션에 도착한 건 9시가 넘어 가뜩이나 시골 밤은 빨리 찾아온다는데 고령 전체가 아주 적막하고 그나마 테마 파크에 밝혀진 불이 아니라면 공원 조차 맞나 싶을 정도 였다.

테마 파크를 통틀어 우리 뿐인 이 곳을 전세낸 사람 마냥 음악을 틀어 놓고 공간을 활보하며, 오직 카메라의 감도만 잔뜩 올려 몇 장 사진으로 징표를 남겼다.

고령 도착하자 마자 살짝 긁어 버린 타이어 휠의 치인 마음은 안타깝지만, 유명 관광지에 비해 한내를 하는 관계자분 친절로 오뉴월에 봄눈 녹듯 사르르~

오래 명성을 유지해온 관광 도시의 많은 공무원들이 무척 불친절하고 고압적이기 까지 해서 정나미 똑! 떨어지는데 비해 그렇지 않은 도시의 관계자분들은 대부분 소박하고 친절했다.

그래서 그리 알려지지 않은 지역으로 여행하는 재미도 괜춘하다.



위에 현관 외등 불 켜진 집이 우리가 묵게 될 장소로 저녁을 치킨으로 때우고, 밤이 깊도록 오마니 고향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 내신다.

잠시 가져온 살림을 정리하고 씻으시는 사이 난 펜션을 나와 텅빈 공원을 돌아다닌다.

물론 곳곳에 외등이 밝혀져 있어 가능하지 그렇지 않으면 이 휑한 시골 마을에 작은 소리에도 개거품 물 수 있어 이런 무모한 모험은 하지 않았다.



펜션 내 앉아 있는 사이 모기가 눈에 띄인다.

물론 숫모기라 피를 줍줍하지 않지만 3월 초면 말이 봄이지 겨울 날씨는 남아 있기 마련인데 남쪽 지방이라 그런지 춥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호기심으로 10만원을 투자, 대부분 숙박시설이 주말/휴일과 평일, 성수기와 비수기 가격 구분이 있는데 여긴 그게 없다.

여타 휴양림 내 휴양관이나 통나무집이 4인 기준 3~5만원 수준 인걸 감안하면 여긴 비싼 편이기도 하다.



펜션을 나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눈에 띄는 가장 가까우면서 시야가 뚫린 광장 같은 곳.

한밤에 불이 환하게 보이지만 워낙 암흑 천지라 감도와 장노출로 환한 것처럼 보인다.



대가야 대외교류관.

공원 내 비교적 높은 위치에 서서 테마 파크를 바라 보는데 칠흑 같은 어둠과 불빛이 퍼져 그나마 제대로 형체를 알아 볼 수 있는 광장만 관찰 된다.




다시 광장을 가로 질러 클래식 크롬으로 찍는데 이 색감 겁나 마음에 든다.



광장 옆을 흐르는 인공 여울.



입구 쪽으로 난 길을 따라 걸어 간다.




고대 가옥촌 일부.






왕릉을 재현한 듯한 큰 돔 모양은 대가야 시네마란다.

출입문을 열자 문은 열리는데 아무도 없이 불빛만 휑하다.

좀 더 둘러 볼까 하다 이미 밤11시를 훌쩍 넘긴 시각이라 틀어 놓은 음악을 들으며 다시 펜션이 있는 윗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나무의 앙상한 잔가지가 빛을 받아 묘하게 연출된다.



인공 여울을 따라 펜션으로 살팡살팡 걸어가는데 나를 깜놀 시킨 생퀴들!

바로 위에 가로등이 있었다면 어느 정도 거리에서 부터 인지 했을 터인데 부근에 조명이 없어 음악에 심취한 채 걸어가던 중 하얀색 물체가 갑자기 눈 앞에 다른 뭐시기들 하고 서 있는 거 아닌가!

월매나 놀랬으면 달려가 뚝배기 날릴 뻔 했다.



아이폰으로 담을 땐 무조건 자동으로 담으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야간에 사진을 담을 땐 조도 조정과 촬영 후 아이폰으로 색감 보정은 필수.

처음 지나갔던 광장은 여전히 불빛이 밝혀져 있지만 또한 텅빈 공간으로 남겨져 있다.



이튿날 펜션을 나와 테라스에 서서 살랑이는 바람에 추위가 달아난 봄기운을 느낀다.

봄이 되면 더불어 황사와 미세먼지가 종종 시샘하듯 기분을 망치는 경우가 허다한데 그나마 다행이라면 대규모 악질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습격하기 하루 전, 텅빈 공원을 위시해 여유 풍만한 하루를 보냈다는 거다.

봄이라고 해서 다 같은 날이 아닌 것처럼 초봄에 느낄 수 있는 향연은 겨울 잔해가 자욱한 대지를 힘겹게 뚫고 솟구치는 새싹의 싱그러움 같건만 생각보다 초봄 치고 덥다.

신록이 갓 솟아나는 들판의 기운은 잠자고 있던 내면의 활력마저 깨우쳐 들뜬 기대에 부풀며 익숙한 세상으로 만들겠지?

반응형

'일상에 대한 넋두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별, 그리고 아버지 성묘_20190306  (0) 2019.08.17
봄과 새로운 만남_20190304  (0) 2019.08.13
일상_20190303  (0) 2019.08.12
일상_20190302  (0) 2019.08.12
일상_20190226  (0) 2019.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