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일상_20220823

사려울 2023. 11. 25. 00:23

사물의 숨겨진 소리만 들려주는 게 아니라 사라질 빛도 다시 일깨워주는 빗방울은 칭찬이 과분한지 비가 그칠세라 금세 부끄러움을 참지 못하고 자취를 감췄다.
걸어온 길을 잃은 사람뿐만 아니라 희망을 잃은 사람들은 밤하늘 초롱한 별빛에 의지하게 되듯 웃음과 희열을 잃은 사람들은 대낮에도 사물에 매달려 빛을 불태우는 빗방울에 위안과 사유를 응원받지 않았을까?
수줍음을 참지 못하고 시선의 이면으로 달아나려는 찰나 동안 눈이 호강하며, 더불어 가을의 미약한 속삭임도 들을 수 있었던 건 만선을 어획한 어부의 심정이었을게다.

비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가을과 함께 조금씩 세상을 바꾸고 있었다.

이파리를 가리지 않고 오로지 중력의 유혹에 조금만 이겨낼 수 있다면 빗방울은 머무르길 마다하지 않았다.
그래서 화답은 영롱하다.

더불어 목격한 가을의 속삭임은 처음일 때, 시작할 때 가장 그 존귀함을 인정할 수 있겠다.

편견과 편향에 희생되는 호박꽃일지라도 빗방울은 화평하게 어울렸다.
이래서 꽃에 보석 액세서리가 주렁주렁 매달려 설움 잊는다.

뭐든 어울릴 존재라면 어디든 안아줄 수 있다.

뇬석아, 이렇게 비 내리는데 안 피하고 뭐 해?
너도 가을비 기다리는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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