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영동고속도로 따라 동해 가는 길_20220823

사려울 2023. 11. 28. 22:34

동해바다와 동해/삼척을 목적지로 궈궈!!!
비 내린 뒤라 대기가 이리 청명한 건 축복이자 행운이고, 피서철 끝물이긴 해도 여름과 가을이 묘하게 뒤섞인 정취는 뒤돌려차기하는 맛이 있었다.
수평선이 이다지도 선명하고 간결하게 보이는 날, 축복과 행운을 절감했다.

원주를 지나면 전형적인 강원도 지형인 장벽 같은 겹겹이 산세를 만날 수 있었다.

우측에 거대한 치악산이 자리 잡고 있는데 비로봉 일대 정상은 구름에 가려졌다.

둔내 즈음 지날 무렵, 비가 내린 뒤라 대기는 이보다 청명할 수 없었다.

덩달아 기분은 업업!

방향지시등은 차량을 구성하는 디자인의 구성 요소일 뿐, 무법천지의 차량은 실선, 점선도 구분 없었다.

평창 둔내를 지나 청대산 자락의 둔내 터널을 지나면서 드넓던 하늘은 순식간에 달라졌다.

메밀꽃 필 무렵... 봉평을 지난다.

주차선을 물고 차량을 걸리는 건 많이 보고 들었지만, 주행 중인 차량이 두 차선을 당당히 물고 질주한다.

차량 사이즈만큼이나 과시하고 싶은 건 개취향인가?

면온 지나 장평, 아니 현재는 평창IC라 개명된 용평면에 진입.

평창휴게소에서 쉴까 말까 살짝 고민하다 걍 패쑤.

여주를 지나면서부터 컨디션이 넘나 좋거든.

휴게소를 지나면 고속도로 우측에 말끔한 언덕이 있었다.

골프장은 아닌 거 같고, 목장인가? 아님 고랭지 채소밭인가?

진부IC를 지난다.

고도가 높아져서 그런지 구름이 제법 낮아져 조만간 닿을 것만 같았다.

진부를 지나면 뿌듯한 오르막을 타고 고도 또한 높아져 주변 산세는 보통 1천m가 넘고, 까마득하던 구름 또한 산 정상 부근에 걸터앉았다.

대관령을 앞둔 마지막 마을, 횡계를 지난다.

이번 동해 여행에서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였던 고창 선운산, 횡계 발왕산 중 하나.

영동고속도로에서 몇 안 되는 기나긴 직선 구간으로 강원 산간지방에서 이런 직선의 희귀성 때문인지 가속페달을 밟지 않아도 질주하는 기분에 빠져 드는 곳으로 구름이 거의 머리 꼭대기에 다다른 것만 같은 곳이었다.

그나마 평탄하던 영동고속도로 지형이 끝나고 마지막 관문, 대관령터널에 접근하자 구름이 현실적인 공간으로 내려앉았다.

대관령터널만 지나도 딴 세상 같아서 오즈의 마법사에서 순식간에 다른 세상으로 이동하여 정신이 먹먹해진 도로시가 이런 기분일까?

구름인지 안개인지 너무 자욱해서 바로 앞서 달리던 차도 분간하기 어려웠다.

연이은 터널 몇 개와 계속된 내리막길을 어느 정도 질주하다 보면 사라졌던 주변 풍경들이 다시 고개를 내밀었다.

강릉이 코앞인데 여전히 짙은 구름에 휩싸여 동해 바다는 커녕 도심조차 보이지 않았다.

영동고속도로를 지나 동해고속도로로 접어들자 자욱하던 구름은 뒤로 물러나고 또렷한 세상이 펼쳐졌다.

동해고속도로를 어느 정도 질주하자 강릉과 동해가 맞닿은 구정이 나왔다.

백두대간의 위력, 서편과 동편을 완전 다른 세상으로 만든 주역이다.

'바다가 보이는 동해 휴게소' 겨울엔 겹겹이 파도가 멋지고, 여름이면 바다 그대로의 정취가 멋진 곳.

수평선이 이렇게 뚜렷한, 맑고 청명한 동해 여정이 실감 났다.

조금 저렴하지만 야경이 있는 시티뷰를 부랴부랴 뒤늦게 예약했지만 시티와 오션이 동시에 펼쳐진 모퉁이 하프뷰가 걸려 이 멋짐을 어찌하리.

기나긴 동해로의 여행 첫날은 밤이 무르익어 시작되었고, 설렘은 더욱 고조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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