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일상_20170830

사려울 2017. 8. 31. 01:59


관심과 시선에서 늘 소외 되었던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유난히도 곱고 무심함에도 꿋꿋이 피는 모습이 대견하다.

아파트 울타리와 보도 블럭의 틈새에서 뿌리를 틀고 여름의 배터리가 방전될 때까지, 어떠한 악조건에서도 다소곳이 자라나는 이 생명의 경이로움에 문득 사진을 찍어야만 될 거 같아 가던 길 잠시 멈추고 쪼그린 채 그 자태를 담지만 돌아서서 지나가고 나면 이내 나는 무관심해 진다.



빼곡한 영산홍 무리를 뚫고 단 한 송이 꽃망울을 틔운 나팔꽃도 어찌 보면 관심과 무관하게 때가 되면 자라나 꽃을 피우고 지는 여름을 지나 가을에 다음 한 해를 위해 사그라든다.

한 순간 화려한 꽃을 보기 위해 사람들은 많은 공을 들이지만 약속한 것처럼 잠깐의 시간이 지나면 그 꽃들은 어떤 관심과 양분에도 아랑곳 않고 금새 시든 꽃을 떨구고 한 해가 지나기 전까지 필 줄 모르는데 이런 야생화들은 오랫 동안 싱그러운 꽃잎을 포기하지 않고 화사한 미소를 늘 지켜 낸다.

문명이라는 우산이 생명에게 한결 같을 수 없겠지만 도리어 자생력을 약화시키는 건 아닌지, 어제도 오늘도 같은 자리에서 한결 같은 미소를 지으며 가을을 맞이하는 야생화는 지나치고 잊기 쉬운 일상의 변화에 작은 추파를 던져 역동적인 설레임의 뿌리를 내려 새로운 기다림으로 재탄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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