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여주 온천_20190523

사려울 2019. 9. 4. 00:20

이틀 일정으로 비교적 가까운 여행지인 여주로 출발하여 해질 무렵 도착, 주저 없이 여주 온천으로 갔지만 1시간 후 클로징 한다며 5천원에 입욕 했다.

한 쪽에선 마무리 청소에 들어가고 난 탕에 들어가 얼굴만 내민채 서서히 해가 지는 창 너머 풍경에 젖었다.

청소하시는 분이 시간까지 편하게 있으라는데 후다닥 청소하는 환경이 그리 편할 수 있겠나.



여주 온천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도착 했지만 이미 석양은 붉게 타올라 잠시 후 밤이 찾아올 기미가 보인다.

주차된 차들이 많아 손님이 꽤나 있겠거니 했는데 온천 내부에 들어서자 혼자 뿐이다.

그럼 다른 차들은 뭐지?




창포 꽃인가?

나방 한 마리가 어디선가 날아와 꽃잎에 앉아 쉬길래 폰카를 들이대자 슬슬 꽃잎에 몸을 묻으며 숨는다.

사진으로 보면 나방의 대롱이 꽃 안으로 뻗어 있어 식사 중인 건가?




삿갓봉을 넘는 고갯마루에 들어선 여주 온천은 여주에서 문막으로 넘어가는 구도로에 위치해 그리 높지는 않지만 경기도와 강원도의 경계와 가깝다.

원래 여주에 오게 된 건 남한강 야경과 장터, 파사산성을 찾는 여정이었지만 도착 했을 무렵 조금 이른 시각이라 야경은 기다려야 되고, 장터는 저녁 식사 겸 눈 요기거리로 한글시장을 둘러 보기로 했기에 이마저도 아직은 이른 시각이었다.

그리하야 일상의 찌든 긴장감을 온천에서 풀자는 의미로 해질녘까지 잠시 모든 긴장을 이완시키기 안성맞춤인 온천욕에 몸을 맡겼다.


수줍은 듯 꽃잎 속에 숨어 살포시 미소짓는 나비 한 마리가 먼 길 찾아온 손님을 다소곳이 환영한다.

사람도 시간의 흔적에 변하는 것처럼 오래 전에 찾았던 이 온천도 이제는 시간의 파고에 자글한 흔적들이 역력하다.

손님들은 모두 떠났지만 내가 숨겨둔 추억은 여전히 건재한 걸 보면 시간이 모든 걸 퇴색시키는 것만은 아닌가 보다.

도리어 지난하던 일상을 추억과 치유로 포장시킬 때도 많거든.

그냥 여주라는 곳이 성스럽게만 느껴져 모든 부정과 억척을 긍정과 환희로 바뀔 수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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