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석가탄신일, 만의사 나들이_20160514

사려울 2017. 1. 30. 23:45

석가탄신일에 개 끌려 가듯 오마니께서 가끔 들리시는 만의사에 들러 어부지리로 살랑이는 봄바람에 총각 가슴 들썩이게 한다.

무신론자라 종교를 위해 사찰이나 교회에 찾아 간다기 보다는 그 한적함이 좋아서, 오래된 것들이 살포시 한 자리에 옹기종기 모여 마치 어떤 방해꾼들에게 조차 묵언수행의 결단을 보여 주는 그 인내심에 눌리는 기분이 속세에선 쉽게 느낄 수 없다지?

요즘은 좀 뜸하지만 몇 년 전에 가끔 찾던 용인 백암의 오래된 교회도 목사님과 같이 살아가는 소박한 이야기와 그 낡은 교회의 삐걱임이 좋았었다.

근데 사찰의 경우 문명과 조금 떨어진 지리적 잇점 땜시롱 일상의 치열한 전투가 마치 영속적인 휴전에 돌입한 쾌감도 은근슬쩍 느낄 수 있잖나.

나는 카메라와 음악 도구만 챙기고 따라 나서는 석가탄신일 만의사 길~



여전히 불어오는 산바람에 나부끼는 연등의 행렬.

형형색색의 나부끼는 연등을 보면 봄의 색깔이 이렇게 이채롭다고 가르쳐 주는 것 마냥 눈이 지치지 않는 원색이다.

많은 소원들이 바람을 타고 세상 곳곳에 뿌려지겠지?




가미해 놓은 컬러도 모자라 피는 꽃 조차도 이쁘고 화사해서 시선에 기어이 비집고 들어 온다.



석가탄신일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만의사를 방문했는데 절 공양(?)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과 달리 강렬한 햇살을 피해 쉬는 사람들도 눈에 띄인다.

울 조카들도 떡!하니 한 자리 차지하고 앉아 썰을 풀고 있는데 이외에도 식사를 위해 긴 줄을 서 있는 사람들도 많다.

그 긴 행렬을 피해 잠시 조용한 틈을 타서 식사를 했지만 희안하게 절 음식은 맛이 지나치게 밋밋하고 담백한데도 입안에서는 오래 있지 못하고 정신 없이 섭취한다.

분위기 탓인가? 아님 여러 곳을 둘러 다닌 후의 출출함인가?



마당 연못에 쪼그리고 있는 동자승은 동전을 먹고 자라나?

종교들이 새삼 문명의 양분을 먹고 자란다는 게 이제는 어색하지 않지만 이제는 노골적이다.

쉴 새 없이 행사를 열고 참석을 요구하고 빈손을 거부한다.

그래서 난 왜곡된 종교보단 이 자리가 만들어 놓은, 흔치 않는 분위기가 좋아 간혹 여행을 가게 되면 오래된 사찰을 방문한다.

그 자리를 지키는 건 만들어 놓은 구조물도 있지만 옆에서 물끄러미 굽어 살피는 태고의 자연을 경탄하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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