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정점에서 만난 세종시의 호수 공원.
터진 봉오리 마냥 수줍기만 한 입가의 미소가 도시 곳곳에서 자라고 있다.
충분하진 않았지만 그 설렘을 담아 오기엔 모자람 없는, 가을과 어우러진 세종의 호수엔 거울처럼 유유자적의 낭만이 도사리고 있었다.
거울이 갖지 못하는 심연의 무게감을 호수는 잔잔히 보여 줄 뿐 부연 설명하거나 장황한 법이 없다.
어린 묘목 한 그루 조차 호수는 시각적인 느낌보단 그 유전자가 가지고 있는 파동의 스펙트럼을 보여 줄 배려심을 가지고 있다.
지나가던 가느다란 바람 한 줄기가 호수에게 투정을 부리는 거라 착각했지만 기실 담소를 나누곤 홀연히 자취를 감추는 무척이나 가까운 벗이었다.
호수 너머 비치는 세상 만물은 바람이 전해주는 이야기를 듣고 호수와 가까워지려 한다.
언젠가 그들이 한데 친해진다면 이 공원의 묘미는 더욱 서로의 경계를 허물고 하나의 곡선으로 유연해지리라.
호수 북쪽에 나즈막히 자리 잡은 산 하나.
산 봉우리가 편평하니 그 우에 오르면 편안하게 자리를 펼쳐 쉬어 가는 객들의 그루터기가 되어 줄 것만 같다.
그러면서도 전혀 어리석거나 만만하지 않은 자태는 말하지 않아도 한 눈에 들어차 호수에 비친 그 모습조차 편안하기 이를 때 없다.
행여나 호수가 소심해질라 두리번거리면 한 팔 가득 펼쳐 보듬어 주고 어르고 설레어 준다.
중앙정부청사와 도서관도 호수를 바라다 보며 이제 막 태동하려 한다.
요람의 상상을 호수가 담아 놓은 지혜로 하나씩 채워나갈 때 쯤이면 이 도시는 어느덧 무르익을 것이고 그러면 도서관이 그들의 길잡이가 되어 어두운 마음의 허공에 불을 지펴 주겠지?
바람이 다시금 호수에게 귀띔해 준다.
원래 있던 것들만이 아니라 여기를 추억으로 채우려는 사람들에게까지도 잠시 잊어 버린 빛깔을 알려 주라고...
그러면 그들이 배운대로 다른 곳에서 익명의 설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뇌리에 도화선을 깨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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