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인 양 허벌나게 비가 퍼붓다가 소강상태를 번갈아 가길 보름 이상 지난 거 같다.
가을 장마라고 하기엔 이르고 그렇다고 무더위가 8월 초에 극성을 부린 고로 시기상 장마도 아닌데 도리어 장마철 보다 더 지루하게 흐리며 비도 많다.
결국 오늘을 기점으로 낮 동안 퍼붓던 비가 완연히 물러 간다는 소식을 접하고 미리 집 나갈 채비를 해 놓았지.
지난달 말에 비해 비도 많이 오고 덜 후덥지근 하니까 걷기엔 따봉!(일상_20170731)
걸어서 노작마을을 지나 오산천 산책로에 나가자 나와 비슷하게 비가 그치길 기다렸다 산책 나온 사람들이 꽤 눈에 띄인다.
일기예보의 거듭된 오류를 믿지 못하겠는지 한 손엔 우산을 들고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산책 나온 사람들이 많아 졌지만 내가 막 오산천에 도착할 무렵은 아주 조용했고 한 바탕 큰 비가 퍼부은 뒤라 반석산 곳곳에서 내려오는 물줄기가 세찼다.
오산천에 야생으로 자라는 버드나무가 물에 잠기는 모습은 처음 볼 정도로 이번에 비는 많이 오긴 했다.
그 숲을 안식처 마냥 숨어 쉬던 오리 가족들이 나를 보곤 스믈스믈 눈치를 보며 피하고 있구만.
반석산 곳곳에 듣기만 해도 청량감 서리는 이런 물줄기가 개울을 따라 콸콸 내려 온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얼릉얼릉 무더운 여름 후딱 지나가게 해 주시옵소서.
수위가 부쩍 높아진 오산천은 해무리 공원 방면이 범람 직전까지 갔었으나 다행히 비구름이 걷혀진 상태다.
동탄 살면서 이렇게 수위가 높아진 오산천은 처음 본다.
2011년 한가위를 앞두고 가을 장맛비가 된통 내린 적 있었는데 그 때는 노작호수공원의 호수가 범람해서 거기에 살던 붕어들이 호수를 뛰쳐 나온 적도 있었고 큰재봉 옆 노작로가 물에 잠긴 적도 있었지만 오산천 수위가 이정도 허벌나게 성질 부리지는 않았었다.
연일 기습 폭우의 위력이 실감 나는걸!
반석산에서 내려오는 유일한 자연 실개울의 물살이 힘차다.
7월 31일에 잦은 비가 내리던 날(일상_20170731)에 촬영했던 같은 동영상과 비교해 보면 물살이 확실히 세차다.
이 모습만 보면 원래 모습으로 돌아 온 거 같아 반갑긴 한데 점점 사그라드는 이 개울을 보면 안타깝다.
산책로를 따라 끝까지 걷기로 했건만 짧아진 낮이 실감되는 일몰이 벌써 진행 중이다.
낮이 긴 여름이 그리워 질 새라 부쩍 짧아진 아쉬움이란...
여름이 되면 시원해질 가을이 어서 찾아 오기를 동경함과 동시에 활동 하기 좋았던 지나간 봄을 그리워 하거늘, 지긋지긋하던 여름이 멀어질 이 시기가 되면 상대적으로 활동하기 좋은 긴 낮의 이 계절이 아쉬워지는 건 매년 마다 교차되는 감정이렷다.
어찌보면 이 그리움을 달래보려는 심정에 위안 삼고자 이 길의 산책을 나섰는지도 모르겠다.
비가 내린 직후 올 여름을 위해 장만 했던 트레킹 샌들을 신고 나왔는데 이 신발이 물에는 엄청 취약해서리 오는 도중 여러번 미끄럼을 반복한다.
마치 눈길을 걷다 몇 번 슬립을 겪곤 넘어질까 두려움에 엉거주춤 걷는 뒷모습은 월매나 거시기 할꼬나?
도보를 위한 길이라 블록 위 나무들이 뿌려 놓은 수액에 빗물이 만나면서 나름 미끄러운 수막이 생겨 다리에 힘만 잔뜩 들고 걷는 속도는 많이 더뎌 인공개울 넘어 자전거길로 건너 갔다.
어차피 비가 내리는 전후 자전거는 거의 다니지 않으니께로 마음 편하게 걸을 수 있거든.
지나는 길 위로 떨어져 있는 낙엽 위에 큼지막한 물방울 하나가 터전을 잡고 대기의 빛을 굴절시켜 눈이 부시다.
산책로 최북단을 반환하여 다시 남쪽으로 걷던 중 하늘을 잔뜩 뒤덮은 구름은 서서히 걷히기 시작하면서 일몰이 진행 중인 햇살을 반사시킨다.
며칠 내내 흐린 하늘을 봐오다 청명하게 맑은 하늘이 구름 새로 배시시 얼굴을 내미는 반가움에 걷던 힘이 일시에 보상 받는 느낌으로 걸음을 재촉한다.
곳곳에 진한 보랏빛 향기를 터트리는 주인공은 지천에 널려 있는 칡넝쿨 꽃으로 쉽게 눈에 띄이지 않는 넝쿨 더미 안 쪽이나 나무를 뒤덮은 뒤 높은 곳에서 자라는 녀석인데 가을이 다가올 수록 꼭꼭 숨어 왔던 꽃들의 진가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왠지 칡 꽃의 향기는 다른 대부분의 꽃보다 향이 진한 것만 같다.
게다가 고운 보랏빛 꽃이라 무심코 지나치는 주옥 같다.
일련의 비로 인해 오산천의 수중보 위를 흐르는 강물이 무쟈게 세차다.
가끔 여기 위에 낚시꾼들이 강태공 모드에 돌입하던 평소와 전혀 다른 두 얼굴을 가진 강의 상반된 모습으로 잠시 지켜 보는 내내 그 위력에 눌려 오래 구경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 옆에 서 있으면 괜스리 내가 빨려 들어 가는 느낌이라 평소 겁이 많지 않은데도(?) 다리가 후덜, 머리가 팽팽 돈다.
산책로의 최남단에 도착하면 동탄 사랑의 교회와 사랑밭 재활원 옆 저류지 공원이 있는데 평소엔 공원 역할을 하면서 비가 많이 내려 홍수 위험이 있을 시엔 수위를 조절하는 역할도 하는 고로 역시나 물이 차 있다.
사랑밭 재활원과 인접한 곳은 물이 빠져 나가는 관계 시설이 되어 있어 수위가 깊어지고 동탄 사랑의 교회와 인접한 곳은 물이 들어차는 곳이라 수위가 얕고 일부긴 하지만 바닥이 보이는 곳도 있다.
이제 비가 그쳤으니까 어느 정도 들어차 있던 물이 스멀스멀 빠지겠지?
평소에도 사람들이 거의 없는 공원 답게 산책로에서 내려가는 계단은 아카시아 나무의 가지가 무성히 들어차 있어 드나들기 쉽지 않은 곳도 이렇게 보인다.
산책로를 따라 사랑밭 재활원 부근을 돌아 나루마을 방면으로 향하던 중 재활원 인접한 곳은 이렇게 물이 깊게 들어차 있고 멀찌감치 바닥이 드러나 있는 곳은 교회 인접한 곳이다.
사랑밭 재활원 쪽으로 보면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물이 들어차 있는데 어느 정도 깊이가 될 거라고 예측할 수 있는 이유는 벤치가 물 밑으로 완전 가라 앉아 형체를 알아 볼 수 없기 때문.
교회 뒷편에서 파노라마로 살펴 보면 이렇게 접근하지 못할 만큼 물이 자리를 차지 하고 있으니까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 여름의 비가 언제까지 내릴지 알 수 없지만 가을이 바짝 다가와 점점 자리를 틀고 있다는 건 느낄 수 있는 만큼 한동안 쉬었던 여행의 기지개를 펼 차례다.
내가 머무른다고 해서 시간은 멈추지 않는 것처럼 변하는 환경과 멀어져 가는 내 인생들에 위안은 무릇 여행을 통해 이해해 가는 벱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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