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봄을 찾아 떠나는 소소한 산책, 오산 오색둘레길_20250301

사려울 2025. 6. 17. 20:58

이사를 온 뒤 아파트 단지 바로 앞 숲길은 짧은 거리로 다녀왔었지만 작심하고 집을 나선 건 처음이었다.

때마침 설날 연휴에 물향기 수목원 방향으로 걷던 중 오색둘레길이란 이정표가 호기심을 자극했었고, 그 길에 대한 호기심을 자중할 내가 아니지.

전날 옅은 비가 내려 트레킹화를 신고 조금은 빠른 걸음으로 길을 밟고 걸었다.

옆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자마자 길은 산으로 접어들었는데 이전에 산길로 향하는 걸 발견하곤 발걸음을 돌렸던 기억을 뚫고 산능선으로 발을 디뎠다.

비가 내린 데다 얼었던 땅과 눈이 녹아 길은 질펀했지만 꾸준히 다니는 사람들이 많았는지 길은 비교적 단단하게 다져있었고, 가파른 계단길을 오른 뒤부터 얕은 산능선길이라 힘들진 않았다.

길을 걷는 동안 대부분 외길이라 헤멜 일도 없었는데 석산 바로 아래 갈림길은 세교1로 향하는 길이라 전혀 망설임 없이 가던 길을 그대로 전진, 이윽고 오색둘레길의 첫 관문과도 같은 석산이 나왔다.

오후에 나온 터라 이번엔 여기까지.

산이름이 석산인 이유가 정상에 큰 너럭바위가 있어서일까?

산 정상엔 쉼터와 함께 숲 속 도서관과 남쪽을 바라보는 전망데크도 있었다.

무엇보다 큰 힘을 들이지 않고서도 주변 산행을 즐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놀이를 발굴한 기분에 뿌듯했다.

전망데크에서 산아래를 바라보면 조성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가장산업단지가 보였다.

약간 안개가 끼여 을씨년스런 겨울 정취가 물씬했지만 사실 내린 비가 봄을 몰고 온 비교적 포근한 날이었다.

돌아오는 길은 왔던 길과 달리 산 바로 아래 갈림길에서 세교1 방향으로 내려왔다.

이 길은 특히나 질펀해 몇 번 미끄러질 뻔도 했고, 신발이 진흙탕이 되기도 했지만 산길을 완전히 내려온 뒤 길가 작은 물웅덩이에 어설프게나마 진흙을 털어낼 수 있었다.

석산과 여계산 사이 고갯길은 과거에 공동묘지였는지 무덤이 꽤 많았고, 실제 공동묘지 작은 움막 같은 곳엔 사람들이 모여 조촐한 술자리를 벌이고 있었다.

묘지 초입엔 고인돌을 연상시키는 너른 바위와 무덤, 그리고 멋진 소나무가 덩그러니 있어 전형적인 공동묘지 풍경이었다.

몇 개의 가지가 부러졌음에도 기개는 변함없는 소나무의 멋이란 바로 이런 게 아니겠나.

조성 중임을 알 수 있는 오산대역로는 바로 석산과 여계산까지 뻗어 있었고, 차량들은 고속도로 마냥 시원스레 뻗은 서부로로 올라타 마치 한적한 주차장 같았는데 얼마 전에 봤던 떠돌이 백구가 여기서 서성였다.

간간히 아파트 단지에 들어와 눈놀이를 하는 아이들과 어울린다거나 서있는 사람과 일정 거리를 두고 앉아 빤히 지켜보기도 했던 착한 백구가 여기에 있었다니.

녀석을 부르자 의식하지 않았는지 제 갈길 가는 녀석은 어느새 시야에서 사라졌고, 그 녀석이 사라지자 오산대역 방향으로 걸어오다 작은 고갯길을 넘어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엔 오색둘레길을 따라 석산을 넘어넘어 가장 높은 곳까지 여정을 떠나자!

반응형

'일상에 대한 넋두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냥이_20250302  (1) 2025.06.18
냥이_20250301  (1) 2025.06.17
산책로의 일부, 진천 용화사_20250227  (0) 2025.06.17
냥이_20250225  (0) 2025.06.17
냥이_20250224  (1) 2025.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