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석의 털갈이가 한창이라 하루에 청소기 두 번을 돌려도 노력한 보람이 없었다.
삼복더위가 오기 전 미용을 해야 되겠지만 저렇게 덕지덕지 붙어 있는 털은 빗어도 끝이 없었다.
이른 더위로 인해 녀석도 더위를 타 일 년에 단 한 번 미용을 하게 되면 확실히 더위를 덜 탔다.
잠시 산책을 한다는 게 2시간 가량을 걸었고, 결국 탄요공원의 선사시대 유적지에서 턴했다.
이건 강변에 서식하는 도둑가시 따로 없다.
슴가 만져줘, 스담해줘, 자는데 옆에 있어줘, 자다 일어나 같이 티비보다 앞족발 걸치게 가까이와줘, 잠자리 들기 전에 가슴팍에 파고 들어 골골송 들어줘...
정말 피곤한 녀석이긴 하나 나도 어릴 적에 이러지 않았을까 싶어 참았다.
아무 집사한테나 다가가서 몸을 걸치고 누워 스담해달란 뜻.
집사는 그 뜻을 알고 인지 기관의 지령이 아닌 말초 신경에서 반응을 하여 자연스럽게 스담 모드에 돌입했다.
슴가 스담, 주뎅이 스담~
그러다 조용하다 싶어 쳐다보면 대충 기대어 자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일어나 앞족발 걸친 채 티비를 함께 시청했다.
이번엔 세계테마기행으로 집사가 움직이지 않으면 녀석은 거의 비슷한 자세로 티비 시청에 열중했다.
잠자리에 따라와서 베개에 털썩 누워버렸다.
이러면 녀석을 달래야지, 그렇지 않으면 표정에서 불쌍함이 작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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