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에 대한 사색

과하게 큰 마음, 지름신_20171115

사려울 2019. 2. 11. 05:10

묘하지?

어떤 상품을 고르다 보면 처음 의도와는 다르게 점점 눈이 높아져 결국 예상했던 등급을 훌쩍 뛰어 넘다 못해 이번처럼 워프해 버리는 경우도 있다.

처음엔 경량이지만 한 겨울에도 한파가 아니면 견딜 수 있는 패딩 자켓을 구입 하겠노라 다짐 했건만 눈이 휘둥그레 돌 정도로 넘무나 다양한 상품들이 있었고, 눈팅 중에 '나도 이런 거 하나쯤!'하는 심정으로 중량으로 넘어가 질스튜어트에 눈이 트여 버렸다.



든든한 경량 자켓이나 퍼 내피 자켓 정도에서 엄청시리 무겁고 부피가 거대한 다운 자켓이라니.

캐나다 구스가 비싸다고 거품 운운 했던 내가 그것보다 더 후덜한, 내 생전 이런 화려하고 에스키모 같은 옷을 구입할 줄 나도 몰랐다.



폭스 퍼, 무스탕 안감에 방수 처리된 두꺼운 면 소재 외피까지 더해져 무게는 얼추 2kg 상회하고, 내가 알던 후드 퍼가 지금까지 초라해 보일 만큼 겁나 풍성하고 두텁다.



혹한기에도 집에서 입는 얇은 셔츠 차림에 이것만 걸쳐도 견뎠으니까 성능은 탄탄한 편인데 여전히 거품으로 인식되는 옷 값은 아직도 납득이 안된다, 납득이...

무조건 저렴하고 가성비를 고수하는 알뜰족은 아니지만, 옷도 돼지털 제품처럼 시간이 지날 수록 성능이 저하되고, 뿌듯함을 느끼는 옷 주인의 프라이드도 점점 떨어지기 마련이라 말 그대로 적절하게 타협될 수 있는 상품을 선호하는 편인데 이건 잠재되어 있던 지름신이 완전 강림하신 게 맞다.

그렇다고 이렇게 저질러 놓고 제발 추워라 하며 빌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근데 더 묘한 건 한 번 이렇게 간땡이 부은 용기가 점점 더 커진다는 거다.

이후 열심히 카드를 긁어 옷장은 풍성해 졌지만 내 주머니와 신용도에는 악영향을 끼쳐 돌이켜 보면 한 번 정도 사치를 하더라도 얼른 정신 차려야 된다.

인센티브 폭탄 맞길 기도해야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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