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27 3

고원의 봄 전령사들, 대구 비슬산_20240411

비슬산의 채 여물지 않은 핑크빛 바다를 뒤로하고 정상으로 향하는 외길 고독한 선을 밟으며 잡념과 사념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사유의 존립을 채찍질했다.계절은 지독한 질서의 인내를 극복하여 신뢰와 감탄을 주건만 조급한 결론과 필론의 가두리 양식장 속에서 스스로를 학대하며, 타인을 핍박하는 게 얼마나 자연스런 정당화에 속고, 속이는 걸까?되물음과 되짚음의 교착에 빠질 즈음 지상에서 그리 거대하고 위대했던 비슬산은 여느 산일 뿐, 한 걸음 떨어져 통찰도 얻지만 두 걸음 떨어져 위장의 장막도 만들어 내던 동굴은 만천하 같았지만, 좁은 아집과도 같았다.그렇게 산 정상에서 세상을 넘어선 자연과 계절에 경탄하며 가슴 저민 감동도 얻는다.진달래를 보기 위해 산에 올라 하나를 초월한 화답을 듣던 날이기도 했다.비슬산은 대..

창원 도심의 말끔한 고수부지, 창원천_20240410

해가 지고 난 뒤, 땅거미 아래 도심은 어설픈 조명이 켜지고 꺼졌다.그에 맞춰 의식의 불을 끄고 본능이 닿는 대로 걸으며 이 땅에 발을 들이고 움튼 자연의 태동과 그들의 저마다 뿌리내린 자리에서 단잠을 청했다.그 일상이 때때로 체감하기 힘든 평온으로 화답할 때, 자각하지 못한 행복이 아니었을까.간편한 저녁 식사를 끝내고 숙소로 돌아와 아직 남은 하루의 빛을 찾아 가벼이 도보 여행을 했다.작은 하천변 촘촘히 올라오는 신록의 태동 사이로 걷다 어느새 하늘과 지상의 불빛이 교대하는 틈의 소소한 아름다움이 보였고, 하루 일과를 마무리한 사람들과 뒤섞여 지친 가운데 안식의 그림자로 빨려 들었다.사람들이 거의 찾지 않는 환한 공원을 걷노라면 남녘 이른 봄을 읽으며 다가올 봄의 정점도 예측할 수 있었는데 그로 인해 ..

'고향의 봄' 진달래꽃 피는 산골, 창원 천주산_20240410

진달래꽃은 산 넘어 어디에선가 불어오는 따스한 봄바람을 완연히 느낄 때 즈음에 피기 시작한다. 동네 앞산은 물론 높은 산꼭대기까지 온 산을 물들이는 꽃이다. 진분홍 꽃이 잎보다 먼저 가지마다 무리 지어 피는 모습은 고향을 잊고 사는 우리에게 잠시 유년의 추억으로 되돌아가게 해준다.아동문학가 이원수 선생은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울긋불긋 꽃 대궐 차린 동네/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라고 노래했다. 꽃 대궐의 울타리는 산 능선을 이어 달리듯 펼쳐진 자그마한 키의 아기 진달래 꽃밭으로 만들어진다. 더 예쁘게 만들기 위하여 육종이란 이름의 성형수술을 받지 않아도 충분히 예쁜 자연 미인이다.진달래는 전국 어디에서나 자라며 키가 3미터 정도이고 밑에서부터 여러 개의 줄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