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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비바람도 반갑던 하늘자락공원_20220331

산 위 홀로 덩그러니 앉아 있는 전망대는 세찬 비바람도, 집어삼킬 듯 기세 당당한 구름도 천적은 되지 못했다. 옷깃 여미는 추위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는 가운데 늦잠 자는 봄나물을 깨울 수 없는 노릇이라 한 줌 봄소식을 코끝에 챙겨 돌아가며 산 위 우뚝 선 전망대는 작은 위안에 콧노래가 되어준다. 봄소식 가득 품은 빗줄기는 굳이 피하려 우산을 쓰지 않아도 마치 때가 되면 만나 소주잔 함께 나누는 친구 같아 옷 젖는 걱정보다 그 정겨움은 비할 바 없다. 짧은 시간이라도 좋고, 여유 충만한 시간이라도 좋은, 그래서 산중에 알싸한 봄과 비의 화음에 설레게 떠난다. 산 정상 가까운 곳에 양수발전소가 있고, 그 일대를 공원화 시켜 이렇게 멋진 전망대를 세워 숨겨진 절경을 찾으란다. 싸늘한 봄비에 맞게 기온도 서늘한..

머위 뜯는 날_20220331

올해 만큼은 겨울 끝자락이 무던히도 길고 집착이 강하다. 자리를 내어줄 때 새로운 계절이 그 자리에 들어와 채색을 시작하는데 여전히 그렇지 못한 대지도 많아 한참 지나 진달래가 고개를 내밀었다. 직선에 익숙한 나머지 곡선을 불편으로 재단할까 싶어 억척스런 고갯길로 느리게 넘어오자 도시에서 얻을 수 없는 봄의 정취가 느껴지며 더불어 봄의 싱그러움을 돋우는 빗방울이 내음을 증폭시켰다. 고항재 정상에 생태 터널을 지나면 행정 구역상 영주에서 예천으로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 풍기에서 국립치유원이 있는 큰 골짜기를 꾸역꾸역 넘어오면 왔던 만큼 큰 골짜기를 다시 직면하게 되었고, 다만 영주 방면의 무성하고 가파른 산세와 달리 예천 방면은 상대적으로 완만하며 앞이 틔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