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9번지방도 3

합천호반 녹색 터널_20210513

황매산으로 향하는 합천호반은 이런 한적한 길이 지치지 않고 스쳐갔다. 남도 지방의 봄은 확연히 포근해 햇살은 일찌감치 더위의 기운이 강했고, 따라서 짙어가는 신록의 그늘은 심미적인 부분을 넘어 청량감을 가져다줬다. 열어젖힌 차창 넘어 불어오는 봄바람의 계절 향기에 차를 멈추고 호수변에 서서 잔잔한 호수의 표면에 시선으로 물을 퉁기자 은은한 계절의 쨍한 색채가 여과 없이 밀려왔다. 가야할 길, 황매산마루에 남은 봄의 기대를 증폭시켜 다시 가던 길 재촉했다.

한적한 길과 옥계서원_20210513

한적한 정취에 더 나아가 연이은 봄빛 그득한 나무터널을 맞이하며 이다지도 걷고 싶은 충동을 자제하기란 쉽지 않다. 막연히 마주치는 나무의 이야기들, 길 위에 시간을 들으며 터널 속으로 걷다 보면 계절의 향취가 더해진 발걸음은 어느새 사뿐히 리듬을 타며 걷게 된다. 지난 만추에 지나던 구례 섬진강변길처럼 마냥 차분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길이다. 불과 보름 전 쯤 황매산의 분홍 나래를 보고 무슨 미련에 다시 찾아올 수밖에 없었을까? 여전히 마주치는 차량과 인가가 거의 없는 길 따라 엑셀러레이터를 밟은 발에 힘을 빼서 물 흐르듯 천천히 달린다. 불과 보름 전 사진을 찍었던 곳은 예상대로 신록은 짙어지고 터널은 더욱 견고해졌다. 시간이 뒤섞여 있지만 나름 공통분모를 찾으라면 봄의 화두가 일치한다. 싱그러운 초..

황매산의 분홍 나래_20210428

하루 주어진 시간이 졸음에 힘겨워할 무렵 한참을 달려 황매산에 도착했다. 이미 차량 행렬은 수문을 빠져나가는 물길처럼 줄지어 하산하는 길이지만 다행히 낮은 머물러 떠날 채비는 늑장이었다. 가는 길에 특히나 시간이 걸렸던 건 헤아릴 수 없는 곡선의 휘어진 도로와 그 도로 양편 가로수 터널의 멋진 자태 덕분에 빠른 속도를 낼 수 없었던 데다 가는 중간중간 차를 세워 굳이 하차 하지 않더라도 나무터널을 사진과 가슴에 담고 싶었던 욕심이 과했기 때문이다. 이제 갓 피어난 신록으로 이런 무성한 점을 찍어 터널을 만들 정도면 녹음이 우거졌을 때는 어떻게 멋짐을 감당할까? 해는 이미 서산마루를 넘어 집으로 돌아가며 땅거미만 희뿌옇게 남겨 두고, 볼그레 얼굴 붉힌 무리들은 사라진 햇살이 그리워 지나는 바람의 옷깃을 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