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성 7

미세먼지 바다에 우뚝 솟은 바위신(神), 치악산 비로봉_20240129

도전에 대해 사전적 의미를 넘어 나태함을 합리화한 다른 핑계로 방호했었고, 번지 점프를 하듯 과감히 떨치며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했다.그래서 실행에 앞서 효능감을 끌어올리기 위해 시작 전 워밍업 차원에서 치악산으로 향했다.짧은 시간 동안 체력의 임계점에 다다르면 마음이 약해지기 마련인데 그걸 극복하는 효능감과 더불어 자신감을 지탱시키는 자존감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였다.구룡사를 지나 세렴폭포까지는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은 채 빠른 속도로 도달했고, 여기서부터 치악산 사다리병창길의 악명을 떨치기 위해 잠시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뒤 아이젠을 착용하고 끝날 것 같지 않은 오르막 급경사길로 한발 한발 내디뎠다. 나는 늘 치악산을 좋아한다.내가 산을 잘 타거나 타인 이상의 체력적 강인함을 가져서가 아닌 단지 강원도..

떠나기 전 국밥과 커피, 횡성_20221011

돌아가는 길에 점심으로 찾은 수구레국밥집은 내가 선호하던 수구레국밥이 아닌 조금 짜면서 밋밋한 국밥이었다.조금 무뚝뚝한데 묘한 정감이 차라리 더 구수했던 식당, 그래도 손님은 꽤 많았다.국밥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횡성IC로 가던 길에 말끔히 정비된 동네에 투썸이 우뚝 서 있어 커피 한 잔 마시는데 2층 너머 보이는 들녘은 이미 가을로 물들고 있었다.커피 한 잔에 가을 들녘은 어찌나 궁합이 짱 좋은지!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 어르신을 찾아뵙고 가야 스것다.

호수 속 가슴 아련한 추억의 횡성호수길B_20221011

길을 걷는 동안 바로 옆에 줄곧 호수가 동행하는 둘레길을 따라 A코스를 지나 B코스로 접어들었다.전날 기습적인 추위와 두터운 구름이 몰려와 물안개는 만나볼 수 없지만 걷기 수월한 호반길은 젖어드는 가을이 길섶 호수와 숲을 흔들어 깨웠다.그래서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시계는 잠시 뒤로하고 오롯이 마음이 추동하는 여유만 쫓다 보니 걷는 걸음에서 피로가 발목을 잡지 않았다.시간의 관용이 일상에서 익숙해진 습성을 마비시켜 늦어도 조급하지 않았고, 앞이 아닌 곳으로 시선을 던져도 불안하지 않는 횡성호반은 얼마 남지 않은 녹음과 다가올 신록 사이에 깊은 잠을 자기 전, 변모의 숙연함이 찰랑였다.B코스와 A코스의 다른 점은 너른 길에서 오솔길로 바뀐다는 점이었고, 같은 점은 호수와 숲의 경계를 예리하게 관통했다는 점이..

가을에 한 발 다가선 횡성호수길A_20221011

이른 새벽에 걷는 호수길 따라 가을은 깊게 뿌리를 내려 정체된 공기 속에서도 독특한 향취가 줄곧 함께 걸었다.대부분 호수 둘레길이 호수에서 멀찍이 떨어져 평행선을 그린다면 이곳 호수 둘레길은 호숫가에 녹아든 나뭇잎도 식별할 만큼 지척에 붙어 묘한 정취가 있었다.마치 동네 공원길을 걷는 착각에 빠질 정도로 길은 탄탄하게 닦여져 있었고, 그 길의 지루함에 발길 돌릴까 싶어 파생된 길은 산중 오솔길처럼 한두 사람이 지나갈 정도의 폭에 호수와 숲 사이를 교묘하게 뚫고 호수로 돌출된 반도로 지그재그 뻗어 있어 걷는 재미도 솔솔 했다.새벽에 피어오를 물안개는 기대할 수 없는 날씨라 아쉽지만 모든 만족을 채울 수 없는 노릇이었고, 8km 조금 넘는 도보길을 걸으며 도시와 다른 텅 빈 산책로에서 산책의 무료함과 피로를..

동해에서 원주로 향하는 영동고속도로_20220825

이튿날 동해시, 동해 바다와 작별하고, 영동고속도로를 따라 원주로 출발했다. 지난 봄에 동해 바다를 만난 영덕이 숨겨진 보석이었다면 동해, 삼척은 진품이 검증된 보석이었다. 카페와 펜션이 들어서기 시작하는 오래된 마을이 그랬고, 야생의 바다와 기암괴석이 그랬다. 올 때처럼 갈 때도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하며, 대관령 지나 마치 뿌듯한 내리막길을 미끄러져 가는 기분에 도치되었다. 그 길 따라 도착한 원주는 새로 꽃단장한 간현이었다. 동해를 떠나 동해고속도로에 발을 걸쳤다. 망상해변 구간은 인접한 우측이 망망대해, 동해바다였다. 옥계를 지날 무렵 전방에 특이한 형상의 구름이 보였다. 마치 젊은 시절 한 가정을 떠받치느라 허리가 굽어 더이상 펼 수 없는 우리네 할머니 같았다. 강릉3터널을 지나며 남강릉IC가 가까..

영동고속도로 따라 동해 가는 길_20220823

동해바다와 동해/삼척을 목적지로 궈궈!!!비 내린 뒤라 대기가 이리 청명한 건 축복이자 행운이고, 피서철 끝물이긴 해도 여름과 가을이 묘하게 뒤섞인 정취는 뒤돌려차기하는 맛이 있었다.수평선이 이다지도 선명하고 간결하게 보이는 날, 축복과 행운을 절감했다.원주를 지나면 전형적인 강원도 지형인 장벽 같은 겹겹이 산세를 만날 수 있었다.우측에 거대한 치악산이 자리 잡고 있는데 비로봉 일대 정상은 구름에 가려졌다.둔내 즈음 지날 무렵, 비가 내린 뒤라 대기는 이보다 청명할 수 없었다.덩달아 기분은 업업!방향지시등은 차량을 구성하는 디자인의 구성 요소일 뿐, 무법천지의 차량은 실선, 점선도 구분 없었다.평창 둔내를 지나 청대산 자락의 둔내 터널을 지나면서 드넓던 하늘은 순식간에 달라졌다.메밀꽃 필 무렵... 봉평..

신선의 세계, 상원사_20220504

중력은 약하고, 자태는 묵직한 사찰인 상원사는 남대봉으로 가는 길이라면 꼭 들러야 된다. 탐욕의 비늘이 있는 자리에 나지막이 울리는 산내음이 있고, 둔탁한 엔진소리 대신 발자국 소리마저 숙연하게 만드는 은은한 풍경소리가 있다. 치악산의 파수꾼처럼 잔혹한 세속에서 우뚝 선 절벽 위 큰 어른. 실크로드의 오아시스처럼 유혹이 난무한 산행 뒤에 눈과 가슴으로 갈증을 깨친다. 힘든 여정의 감로수, 치악산 남대봉/상원사_20210817 평소 산을 거의 타지 않는 얄팍한 체력에도 뭔가에 이끌린 듯 무작정 치악산기슭으로 오른 죄. 평면적인 지도의 수 킬로를 우습게 본 죄. 시골 출신이라 자연 녹지의 낭만만 쫓은 죄. 여전히 대 meta-roid.tistory.com 상원사에 들어서면 누구나 약속처럼 감탄사를 남발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