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곡 2

기암 병풍과 길 이야기, 청송 주왕산 주왕계곡_20240611

여정과 함께 사이좋은 동무가 된 무더위의 위력은 실로 엄청나 내륙 깊은 주왕산까지 장악했다.살을 태울 듯한 따가운 햇볕,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막힐 듯 조여 오는 더위, 게다가 여정의 동반자로 손색이 없던 바람은 어디론가 숨어버렸고, 덩달아 따라다니던 구름도 흩어진 상태.그럼에도 삼척동자도 다 안다는 국보급의 주상절리 계곡은 처음이라 정신줄 단단히 부여잡고 국가대표급 무장애길을 걸어 점점 깊이 주왕산의 품으로 걸었다.원래 여정은 주왕산을 찾는 사람들이 대부분 애용하는 용추협곡 따라 각종 기암과 폭포를 지나 외씨버선길로 이어지는 금은광이를 넘어 노루용추계곡과 월외매표소를 거쳐 달기약수까지 계획했지만, 무더위로 체력이 개털려 쉬운 용추협곡까지 망설였다.그러던 중 협곡의 폭포 중 가장 끝에 있는 용연폭포에서 ..

오지 협곡에 흐르는 풍류, 낙동강 세평하늘길 1구간_20240309

협곡에 살짝 걸쳐진 길을 걷다 앉으면 길가 벤치가 되고,조밀한 나무 어깨를 지나면 터널이 되고,깊이 들숨을 마시면 향기가 되는 곳.낙동강이 허락해 준 낙동강 세평하늘길(이하 '세평하늘길')은 극도로 한갓진 두려움도, 깊디깊은 적막의 어둠도 없었다.그럼에도 자연의 숨결이 명징하게 피부를 스치며, 새의 지저귀는 노래가 이토록 아름다운지, 구르는 물의 소리가 이토록 흥겨운지, 또한 바람 소리에서 이토록 향그로운 향이 나는지, 문명이 차단된 계곡이 투영한 햇살이 콧잔등에서 어떤 노래를 부르는지 교감했다.길은 강변 수풀을 헤치고, 모래자갈밭을 지나며,바위를 밟고, 철길과 나란히 걷거나 아래를 지나며,데크길로 가파른 비탈길을 날고, 절벽을 스친다.그래서 길은 삶이 지나는 혈관이며, 이야기가 오고 가는 전신주였다.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