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챌린지 13

출렁이는 가을 물결, 원주 소금산 그랜드밸리_20241105

부리나케 달려 도착한 소금산 그랜드밸리는 막바지 가을맞이에 나선 사람들로 주차장을 가득 매울 정도였다.그나마 여주에서 달려온 행님은 워낙 부처 같은 분이라-정말 주변 사람들조차 살아있는 부처가 아닐까 합리적인 의심이 가는 분이긴 했다- 카페에서 너그러이 기다려주셨고, 부랴부랴 소금산으로 향했다.작년 12월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밤 부론에서 칼국수를 먹은 게 마지막으로 뵌 기억이라 11개월 정도 지난 만큼 정말 오랜만에 만난 거다.[이전 관련글] 간현 출렁다리_20180226무한 도전의 여파인가?간현 출렁다리가 매스컴을 한 번 타고나서 거의 신드롬에 가까울 만큼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단숨에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몇 년 전 청량리에서 중앙선 열차를 타고meta-roid.tistory.com 거대한 스..

가을의 노란 포효,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_20241105

땅과 하늘을 단단히 이고 지고 얼마나 긴 세월 희열과 그리움에 견고한 가지와 이파리를 떨궜을까?인간의 잣대로 비교하고 대조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존재란 걸 알기에 사방으로 뻗은 가지엔 어느새 가을 결실이 주렁주렁 열려 전염병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사람들을 찾게 했다.원주 반계리 은행나무의 나이는 800∼1,000년 정도로 추정(지정일 기준)되며, 높이 32m, 둘레 16.27m로 논밭 중앙에 있다. 가지가 사방으로 퍼져 전체가 웅장한 모습을 하고 있으나 일부 가지는 부러질 염려가 있어서 받침대로 받쳐져 있다. 전설에 의하면 이 마을에 살던 성주 이씨의 한 사람이 나무를 심고 관리하다가 마을을 떠났다는 이야기도 있고, 어떤 큰스님이 이곳을 지나는 길에 물을 마시고 가지고 있던 지팡이를 꽂고 갔는데 그 ..

냥이_20241102

껌딱지가 떨어질 땐 퍼질러 자거나 햇살이 좋아 일광 소독을 할 때인데 특히나 가을볕이 좋던 주말에 집사들이 모여 녀석의 심리적 안정감이 극도에 달하면서 햇살이 쏟아지던 따스한 창가에서 일광 소독을 준비했다.가을 햇살이 따스하게 여겨질 무렵이 이맘때쯤이라 녀석 또한 창을 열어 시원한 바람 속에서 그 따스함을 만끽하며 그루밍 중이었다.집사들이 쇼파에 앉아 있나 꼼꼼히 훑어본 뒤 녀석은 그대로 퍼질러 누웠다.어디든 누우면 제 잠자리가 되고, 쉼터가 되었다.한참을 일광 소독한 뒤 밀려오는 졸음을 참지 못해 쇼파에 드러누워 깊은 잠에 빠져들었는데 집사들은 평소처럼 생활을 해도 녀석은 여간해서 잠을 떨치지 않았다.그만큼 제 영역이라 여긴 집 안에서 낙천적으로 변했다.녀석이 자는 걸 그대로 두고 집을 나와 오산으로 ..

냥이_20241101

집에 돌아온 날을 증명하듯 녀석이 밤새도록 떠나지 않고 곁에서 한잠 늘어졌다.주중 며칠을 못 본 애틋함이라 치자.처음엔 한 자세를 유지하는데 다리가 저렸고, 허리가 욱신했지만 이제 집사도 대책을 마련하여 무릎 위엔 쿠션을 둬 인간보다 체온이 높은 녀석으로 말미암아 땀이 차지 않았던 데다 자세를 유지할 수 있었으며, 무릎에 지속적으로 힘을 쓰다보면 다리가 결리던 걸 무릎 아래 목침 같은 쿠션으로 해결하여 힘을 들이지 않아도 해결 되었다.잠자리에 옮겨 이불을 덮어주면 밤새 옆에 붙어서 잠에 늘어지던 녀석으로 말미암아 집에 왔다는 걸 거듭 실감하던 날이었다.

촉촉한 11월의 비처럼 찰진 오송 김가네 한정식_20241101

오송 출장길에 아침부터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짧은 일정을 끝내고 점심까지 준비된 자리라 네비를 찍고 찾아간 곳은 작은 언덕 넘어 한적한 가을 전경이 짙게 서린 철길 옆이었는데 생각보다 음식이 정갈해서 대부분 빈 그릇으로 만들었고, 식사가 끝난 후 간단한 취지를 발표한 뒤 빗길을 헤쳐 회사로 도착했다.최근에 갔던 집 부근 한정식당과 비교한다면 상대적으로 뛰어난 가성비에 가짓수보다 대체적으로 음식이 푸짐한 데다 단맛이 조금 강하긴 해도 컨디션이 괜춘했다.그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회사 짬밥이 꽤 괜춘한 편인데도 불구하고 집에서 갓 지은 밥과 같아 쌀알이 혓바닥에 그대로 굴러 다녔고, 특유의 탱글한 식감이 살아 있었다.회사 짬밥이 아무리 좋아도 단체 급식의 태생적 한계가 밥이 쪄서 떡밥 아니더냐.

일상_20241030

10월 하순이 되어서야 가을색 완연하게 물들어 아름다움의 진가를 드러냈고, 홀린 듯 이끌려 언덕길로 올라 체육공원 방향으로 내려왔다.산으로 포장된 길을 오르면 꽤 큰 나무들이 줄지어 강한 햇살을 등지고 서 있었다.제각기 불규칙적인 무늬를 드러낸 나무들, 그 불규칙적인 무늬들로 인해 볼 재미가 더 만발했고, 햇살에 굴절된 빛깔로 더욱 황홀했다.홀로 핀 꽃이 제철을 잊어 조금 생뚱맞긴 해도 돋보이는 원색의 아름다움을 발산했다.작은 언덕배기 산에 무성히 자란 수풀이 남은 가을로 물들어 녹음과 뒤섞여 거친 야생과 다듬어진 정갈함이 공존했다.살짝 피부를 적신 땀방울이 배어 나와 적당한 성취감에 응수했다.역시 가을 내음이 물씬하게 풍겨 걷는 수고보다 허공을 활보하는 욕망이 메아리쳤다.여름에 무성하던 풀이 꺾여 가을..

냥이_20241027

일상의 루틴이 새벽부터 일어나 식사를 한 뒤 집사들을 찾아 다니며 기웃거리는 녀석이 대낮이 되면 집사들을 모두 깨워놓곤 잠자리를 교대했다.그럴거면 왜 깨우는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티비 소리가 크게 들리는 데도 녀석은 꼼짝하지 않고 제 잠에 충실했고, 집사들은 부스스 일어나 아점을 차려먹었다.이렇게 잠든 모습을 보면 한 없이 평화롭기만 한데 눈을 뜨는 순간부터 졸졸 쫓아다니는 모습을 보면 평화는 잠들고 질기고 질긴 생고무 같았다.한잠 들면 간헐적으로 실눈을 뜨긴 해도 여간해서는 흔들어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 녀석이 어느 순간 일어나는 공통점이 있다.바로 집사들 식사가 끝나면 녀석은 일어나 잠을 떨치며 동시에 평화도 떨쳤다.한 번 거나하게 놀아주고 나면 녀석은 다시 잠을 청했고, 잠자던 평화는 기지개를 ..

가을과 마지막 교육의 아쉬움, 그리고 후련함_20241026

등교부터 교육을 받고 하교하는 길이 그토록 힘들던-투정을 부려도 눈치 보지 않을 정도로- 교육의 마지막 날, 그 모든 고행이 무색할 만큼 가을 캠퍼스는 눈물겹도록 아름다웠다.물론 감상에 젖느라 사진보다 눈으로 담았지만, 그 기억은 정말 잊을 수 없을 정도로 햇살과 정취, 그리고 기억이 아름다운 날이었다.마지막 수료식이 생각보다 길어도, 노련한 교수의 강의가 통째 기억하고 싶을 정도로 흡입력이 있어도 마지막이라는 꼬리표에 늘 따라붙는 아쉬움.나무와 하늘, 그리고 무심히 길바닥을 뒹구는 낙엽조차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로 아름답던 시간이었다.점심 식사를 끝내고 학우들과 습관처럼 야외에서 커피 한 잔에 대화를 곁들이며, 모두가 헤쳐나가야 될 공부와 경험들을 겸허히 나눔과 동시에 수료식에서 서로를 위한 함성과 갈채..

냥이_20241019

항상 집사들 곁에 붙어 있는 녀석에게 이상 징후가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요근래 구토 몇 번을 했고, 심할 경우 장액까지 토해내는 경우가 있었던 데다 식욕이 부쩍 떨어져 그제야 녀석의 건강에 적신호를 알아챘다.볕 좋은 낮에 쇼파에 앉아 있는 동안 녀석이 계속 눈앞에 붙어 있었다.늘 그랬던 만큼 냥이들 하는 꼬락서니는 귀엽고 하는 짓은 애교가 넘쳤다.심지어 테이블을 두고 앉아 커피를 마시는 중에도 맞은 편에 자리를 잡고 빤히 째려봤다.그러다 오후 들어 부쩍 녀석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맑은 콧물이 많았고, 기력이 없어 보였고, 집사들한테 냥냥거리며 쫓아다녔다.집사들 발끝에 거의 떠나지 않는 건 마찬가진데 묘하게 불편한 몸을 호소하는 것 같았다.겨우 녀석을 켄넬에 넣어 후딱 병원으로 이동, 잠시 대기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