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척 3

작별, 그리고 아버지 성묘_20190306

대구에서 하루 밤을 보내고 일어나 오마니 뫼시러 합천으로 향하는데 최악의 미세 먼지 습격이다.대기가 뿌옇게 짓눌려 있는 건 기본이고 마치 자욱한 안개가 끼인 양 텁텁한 공기 내음까지 한 몫 한다.근래 들어 전국적으로 최악의 미세 먼지 농도란다. 합천에 오마니 모시러 가는 길, 지도가 가르쳐 준 길을 따라 카페에 들러 잠시 여유와 따스한 향에 취해 본다. 처음 만난 친지-외가 쪽이라 외삼촌, 외숙모-를 모시고 따스한 진지상 한 번 대접해 드리겠다고 했더니 마실에 만만히 다니시는 백반집으로 가신다.백반도 좋지만 평소 잡숫는 식사보다 좀 특별한 대접을 해드리고 싶었는데 한사코 거기로 가시는 고집을 어찌 꺾을 소냐.헤어질 시간이 다가와 작별 인사에 또다시 눈물을 흘리시는 분들께 뒷모습을 보이며 터벅터벅 걸어오는..

봄과 새로운 만남_20190304

지금까지 한 번도 뵌 적 없는 외가 분들을 만나며 어느새 그 분들과 오마니 눈가에 이슬이 맺힌다.그 시절, 설움, 이해, 격려의 의미가 오고 가는 사이 난 잠시 한 발 물러나 집 주변을 서성였다. 여기도 집 한 켠에 작은 언덕이 버티고 있다.오마니와 친지분들은 이야기 꽃이 좀처럼 오므려지지 않고 끊임 없이 대화가 오갔고, 때마침 하루 지낼 계획을 했던 터라 오마니께선 여기에 묵으시고, 난 대구로 떠났다 내일 오전에 돌아와 점심을 기약했다. 겨울에 내줬던 들판에 봄이 찾아와 자연의 축복을 받은 또 다른 자연이 기나긴 겨울 잠을 깨치고 도약의 기지개를 편다.아주 작지만 그 필연의 과정이 이 세상을 신록으로 물들일지니 오묘하지 않을 수 있을까?안타까운 지난 시절을 돌이켜 보며...가는 계절은 아쉬움으로,오는 ..

희미한 요람의 기억을 찾아_20190304

아버지는 7형제에 친척까지 따지면 왠만한 소대 이상으로 명절이면 대규모 이동을 방불케 했다.그런 아버지 2째 형님 되시는 큰아버지 댁이 이 언덕에 기대어 자리 잡은 마을 중 초입의 이 집이었다.이왕 고령 온 김에 볕도 좋고 미세먼지 농도가 살짝 낮아진 날이라 오마니 옛 이야기를 들으며 어느새 여기까지 찾아온 내 명석한 기억력! 한길에서 언덕으로 오르는 두 번째 집인데 너무 어릴 적에 왔던 기억 뿐이라 찾아 갈 수 있을까 했지만 기가 막히게 잘 찾아와 이 자리에 서자 잠자고 있던 기억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밀려온다.명절에 설레는 기분으로 기 길목에 발을 디디면 그 때처럼 누군가 반가워해 줄 손짓이 보일 거 같다. 높은 축대와 대문녘에 붙어 있는 사랑채, 밑집 사이 위태로운 담벼락, 외양간에서 늘 되새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