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 3

퍼붓는 함박눈_201512

산골 오지마을에서 교직 생활을 하는 후배가 가끔 보내주는 사진들 중에서 이채롭고 흔히 볼 수 없는 풍경들이 많다. 물론 그 친구야 일상에서 늘 접하는 환경이겠지만 문명에 휩싸여 있는 나를 포함,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까마득한 기억의 창고 구석에 꺼낼 엄두를 못내는 뽀얗게 먼지 쌓인 추억들이라 회상하기도 쉽지 않은 것들이 왕왕 있다.작년 가을엔 바람결에 떨어지는 은행잎 사진도 좀 특이했으니까.(떨어지는 낙엽_20141026) 길가에 자유롭게 자라는 갈대며 소나무에 살포시 핀 눈꽃은 우리가 종종보는 눈꽃과 다를 바 없으나 깊은 산중을 암시하는 주변 산세가 더해져 다르게 보이긴 한다.여긴 한 번 눈이 퍼부으면 도로가 얼어 붙어 학교와 대부분 멀리 떨어진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임시휴교란다.내가 생각하는 눈이 ..

세속을 잠시 벗어나_20150711

차를 몰고 굽이굽이 산고개를 넘고 넘어 도착한 오지마을은 완연한 여름이 되기 전, 한 번은 다녀와야겠다는 다짐을 했었고 그게 바로 이 날이다. 유일한 진입로는 고갯길 꼭대기에 다다를 무렵 공무원이 지키고 있었는데 지인이 그 마을의 분교 교사라 바로 통과~도착할 무렵 아주 가끔 보이는 집은 그렇다쳐도 길 곳곳에 야생으로 자라는 복숭아와 산딸기는 요람기 회상에 엄청난 몰입을 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잊고 지내던 산복숭과 개울에 징그럽도록 빼곡히 들어차 있던 다슬기를 보며 그제서야 오지에 왔구나 실감이 들었다. 마을에서도 뚝 떨어져 있는 시골 분교의 진입로는 이렇게 멋진 은행나무가 반겨준다.학교 인근에 인가는 걸어서 20분 정도 가면 겨우 몇 채 나오고 더 먼거리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란다.건물은 ..

하늘과의 만남

연일 계속 되는 헤이즈로 청명함이 그리워질 무렵, 뿌연 대기를 밀어 내고 주말이 들어차 강렬한 햇살의 광시곡을 일파만파 퍼트렸다. 세상 어디를 봐도 뜨거운 햇볕이 아무런 저항 없이 세상에 울려 퍼지자 어디에 숨었는지 모를 파란 하늘과 구름이 일시에 몰려 나와 광야를 퍼득이는 백마처럼 하루 온 종일 기세등등히 활보하던 그 흔적의 시간들이 그저 아이 마냥 신나 틈틈히 채집을 하며 뒤늦게 나온 아쉬움들을 넋두리해 본다. 기분이 그래서 일까?파란색이 한껏 가슴으로 품을 수 있을 것만 같다.끊임 없이 흘러가는 구름들의 선명한 자태가 그 기분을 동조해 준다. 하늘을 도려낼 듯한 기세로 뻗은 고층 빌딩조차 종내는 그 하늘에 동화되어 다시 지상으로 발을 들인다. 따가운 햇살로 인해 텅빈 운동장은 누군가 오길 기다리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