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 3

멋진 산행과 설레는 경험, 칠성대_20200615

사방이 볼거리로 가득한 운장산 서봉인 칠성대는 자고로 혼탁해진 시야와 가슴을 틔우기 안성맞춤이다. 무진장이란 말처럼 무주, 진안, 장수 트리오가 한결 같이 빼어난 백두대간에 기대어 절경도 품고 있지만, 무엇보다 이 일대 젖줄이 용솟음치는 곳이기도 하다. 계획했던 대로 무주는 작년에, 진안은 올해 그 땅을 밟으며, 먼 길을 달려온 수고로움을 멋진 보람으로 승화시켜 주는 곳, 그래서 차곡히 쌓은 기대가 꽃망울처럼 만개하여 숲의 향그로움처럼 뿌듯한 내음이 온몸을 전율시킨다. 칼끝 같은 아찔한 능선길이지만 우거진 나무숲이 두려움을 마취시키고, 막연히 뻗는 후회의 유혹을 떨칠 수 있도록 숲의 틈바구니 사이 절경은 목적지까지 동행해준 버팀목이다. 이쯤의 노력으로 절경을 볼 수 있는 곳인데 왜 그간 결단의 주저함에 ..

산 아래 작은 바다, 대아저수지_20200615

당초 흐릴 거란 예상과 달리 화창한 날씨는 여행자의 길에 동반자와 같다. 복잡다단한 호수길이 인도해 준 깊은 세상은 문명의 잡념을 고스란히 잊게 해 줘 중력의 위압감은 어느새 기대에 희열의 공기가 부풀어 무중력 공간 마냥 한층 발걸음이 가볍다. 이따금 만나는 거친 물소리조차 안도의 응원으로 속삭이는 칠성대 가는 길, 그 길 위에서 계절의 아지랑이가 설렘을 간지럽힌다. 또한 올 초 바다와 만나는 만경강 하구를 찾았던 감회의 힘찬 도약이 바로 이 언저리였다는 사실에 추억이 가진 힘을 아로새긴다. 근원은 알 수 없지만 산이 보듬어 준 덕분일지 모른다. 산은 많은 생명을 이어주는 강 또한 묵묵히 품어준다. 지나던 길에 음수교로 빠져 방류하는 광경을 감상한다. 물소리가 어찌나 우렁찬지 한껏 떨어져 있음에도 온몸으..

초여름 녹음도 차분한 고산 휴양림_20200614

6월이 지나기 전에 다짐했던 운장산 칠성대는 대둔산의 유명세에 살짝 묻혀 그리 널리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 위에서의 절경은 비교 불가다. 칠성대를 가기 위해 잠시 쉬어 가는 길목으로 선택한 숙소에서 짐을 풀고, 주변을 둘러보기 위해 오후 해 질 녘 적막한 숲길을 따라 걷는다. 전날 내린 빗방울이 모여 잔뜩 불어난 여울의 힘찬 속삭임, 그에 더해 무거운 구름이 걷히는 대기를 활보하는 새들의 지저귐이 문명의 사념을 잊게 만든다. 여름의 텁텁한 공기는 어디를 가나 계절의 촉수를 벗어날 수 없지만, 서울과 달리 코끝을 어루만지는 숲의 싱그러움은 수 만 가지 언어로는 통제되지 않는 번뜩이는 감각이 있다. 여행의 첫날, 목적지는 정해져 있지만 그 길섶에서 만나는 풍경들이 그립다. 길가에서 하루하루를 고단하게 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