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천 3

산책을 통한 휴식, 금성산성_20211221

대숲 사이로 지나는 겨울바람이 지난 시절의 흔적을 노래한다. 나무와 바위가 만든 그 길 따라 사념과 사색을 반복하듯 좁은 보폭을 맞추어 익숙 해질 무렵 향그로운 노래의 선율이 멈추고, 더불어 발걸음도 멈춘다. 텅 빈 산기슭에 역사가 빚은 관문을 넘어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헤아릴 즈음 나지막이 속삭이는 물과 풍경 소리에 먹먹했던 세속의 피로는 어느새 잊게 된다. 아주 가끔은 세상에 혼자라 느끼는데 무수히 이고 지고 쌓인 돌이 하늘로 뻗은 탑을 보노라면 새옹지마에 찌뿌린 미간은 무릇 거대한 강처럼 선명하고 넘쳤으리라. 여유의 세계, 금성산성_20200623이번 담양 여행의 목적은 국내 최고의 인공 활엽수림인 관방제림과 강천산과 이어진 산자락 끝에 담양 일대를 굽이 보는 금성산성. 소쇄원, 메타세콰이아길, 죽..

장례식장 다녀 오던 길_20200210

코로나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사람들 사이에 공포는 꽤 컸다. 명동 시내가 언제 이런 날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텅 비어 심지어 이른 아침 시간에 명동을 지날 때면 마치 다른 세상으로 넘어온 착각도 들었다. 하지만 서울과 달리 수도권을 조금만 벗어나면 코로나에 대한 경각심은 거의 없다시피 해서 늘 듣는 말이 "여기는 청정지역이라 코로나가 올 수 없어요.", "서울과 멀리 떨어져 있어서 이곳은 아직 안전해요."라는 무심한 말이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난 사람들이 밀집한 대중교통을 이용해 서울을 오가는 입장이라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긴장을 했고, 결혼식을 비롯하여 장례식처럼 사람들이 웃거나 울거나 떠들어야 되는 폐쇄된 공간은 더더욱 피했다. 그런 사회적 분위기와 경종 속에서 엄친의 갑작스런..

여주 온천_20190523

이틀 일정으로 비교적 가까운 여행지인 여주로 출발하여 해질 무렵 도착, 주저 없이 여주 온천으로 갔지만 1시간 후 클로징 한다며 5천원에 입욕 했다.한 쪽에선 마무리 청소에 들어가고 난 탕에 들어가 얼굴만 내민채 서서히 해가 지는 창 너머 풍경에 젖었다.청소하시는 분이 시간까지 편하게 있으라는데 후다닥 청소하는 환경이 그리 편할 수 있겠나. 여주 온천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도착 했지만 이미 석양은 붉게 타올라 잠시 후 밤이 찾아올 기미가 보인다.주차된 차들이 많아 손님이 꽤나 있겠거니 했는데 온천 내부에 들어서자 혼자 뿐이다.그럼 다른 차들은 뭐지? 창포 꽃인가?나방 한 마리가 어디선가 날아와 꽃잎에 앉아 쉬길래 폰카를 들이대자 슬슬 꽃잎에 몸을 묻으며 숨는다.사진으로 보면 나방의 대롱이 꽃 안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