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 5

일상_20170324

금요일 점심을 해치우고 솔빛마을 근린상가 부근을 지나던 중 봄의 전령사 산수유가 꽃망울을 터트리기 직전에 더욱 힘을 내고자 온몸으로 햇살을 흡수하는 중이다. 겨울색이 그대로 있는 대지에 노랑이 퍼져나가는 모습은 어디서나 쉽게 눈에 띄일 수 밖에 없다.곁들여 민들레까지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 눈에 잘 띄지 않는데 여러 꽃들이 피고 지기를 한참 기다렸다 꽃을 떨구는 그 생명력은 흔히 간과하고 있는 또다른 봄이 아닐까? 화사한 산수유는 웅크린 대지만 환기시키는 게 아니라 사람들도 일깨워 준다.이런 봄소식에 인상 찡그릴 사람은 없으니까. 봄은 사람들의 키와 비슷하거나 높은 곳에서만 피는게 아니다.땅에 넙죽 달라 붙어 소리 소문 없이 땅위에 봄을 퍼트리는 민들레는 흔하디 흔한 들판의 야생화지만 한순간 피고 져버리는..

겨울 나기_20151212

서슬퍼런 겨울의 첫자락은 그리 날카롭지 않다. 하여 사람들 발길이 뜸한 강변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 잠시 강바람에 땀을 맡길 무렵 거대한 오리떼가 평화의 시간을 보내는 광경이 들어찬다. 강물을 따라 흐르는 것 같다가도 일사분란하게 방향을 틀곤 다시 바람을 따라 흐르는 모습이 제법 절도가 있다.잔뜩 움츠리게 만드는 겨울 강바람은 그리 호락하지 않건만 그 모습은 그저 훈훈한 미풍의 착각마저 들게 한다. 봄에, 가을에 그랬던 것처럼 겨울 또한 쉬고 등 돌리는 것이 아니라 즐기는 세상의 이치련만 늘 우리는 현재의 핍박에 많은 시간을 낭비하는 건 아닌가?그렇다고 시간은, 계절은 기다림도 없고 다만 동정의 귀띔만 해줄 뿐이련만.

추억과 시간이 만나는 곳

충주 봉황휴양림에도 아직은 가을 내음만 나고 정취는 느끼기 쉽지 않았으나 조용한 나만의 휴식을 보내기엔 안성맞춤이었다. 밤 늦은 시간에 도착하여 주변을 돌아볼 틈 없이 바로 피로를 달래곤 일어나 보니 햇살이 전형적인 가을 답게 모든 걸 태울 듯 따갑다. 이번 숙소는 가장 안쪽에 들어서 있는 통나무집인 다래넝쿨집이라 아주 깊은 산중에서의 하루를 보낸 착각이 들만큼 조용하고 아늑했다.약간의 우풍을 느낄 정도로 가을 아침답게 약간 서늘했지만 해가 뜨고 금새 불볕더위를 방불케 했다. 현관을 나와 봉황휴양림을 나서는 첫 발걸음에 이렇게 넓직한 뜰을 한 장 담아 두곤 출발. 주위에 다른 여행지를 뒤로하고 바로 남한강과 섬강, 청미천이 만나는 두물머리로 달려와 트인 전경을 바라 봤더니 녹조가 어마무시하다.예전에 혼자..

휴일에 만난 동탄 곳곳들

전날 열심히 청소한 덕에 휴일은 상대적으로 시간도 그렇고 심적인 여유도 넉넉했다. 모처럼 자전거 한 번 땡길까? 했는데 이번엔 자전거 타이어가 말썽이다.3년전에 임시 방편으로 부품하나 교체했더니 괜찮아서 그 동안 잊고 지냈었는데 이번에 종기처럼 표면으로 드러나 다시 시도해 봤지만 이번만큼은 호락하지가 않다.어부지리로 선택된 도보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경우라 어쩌겠는가? 공원 틈틈이 피어 있는 이 꽃은 돌아다니다 보면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지난번 자전거를 타고 갔던 동탄2신도시 택지개발지구 내에 아직 남아 있는 과거의 흔적 중 하나다.무슨 용도의 건물인지는 모르지만 오래된 흔적이 역력한 콩크리(?) 벽면에 빼곡한 초창기 광고 형태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락카로 뿌린 전형적인 과거식 상호와 뗄레뽕, 짤막한..

20140522_용평과 도암

내가 반다시 오겠다고 했지? 도암!기필코 도암을 둘러 보겠다던 숙원은 어느 정도 해결했어. 근데 도암이라고 하니 마치 도인의 호 같기도 한데 도인보다 더 경이롭게도 산 중 호수거든.4월달 포스트 용평 산중에서 보면 4월 17일에 갔었는데 그 때가 한 달 조금 더 지났으니 그리 많은 시간이 지난 건 아니야.허나 4월에 방문했던 것과 달라진 건 분명 두 가지가 있어.하나, 그 때 비해 해가 눈에 띄게 길어졌고두나, 고만고만하던 녹색 신록이 사람의 손길이 없는 덕분에 아주 무성해졌던 거.슷비슷비한 시간대에 갔음에도 아직 해가 떡!하니 하늘에 버티고 있는게 앗싸 가오리다 싶어 냉큼 갔어.한 동안 해가 따라 다녔으니 워찌나 느긋하고 좋은지... 그렇다고 내가 무서워서 그런건 아냐? 아닐걸? 그래, 해가 없으면 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