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고속도로 4

평창에서 태백으로 가는 길_20240123

발왕산에서 내려와 곧장 강릉-도계를 거쳐 태백으로 향했다. 또 다른 겨울을 만나러 강원 내륙으로 가는 길이었다. 직선거리에 비해 한참 에둘러 찾아간, 백두대간에 숨겨진 세상은 앞서 평창과 달리 화려함보다 은둔의 정취답게 인간에 의해 방해받지 않은 겨울이었다. 헤매다 찾았었던 추억이 깃든 태백 일대의 겨울에 까치발 들고 조용히 찾아 숨결을 느껴보자. 횡계를 떠나 영동고속도로에 몸을 실었다. 겨울이 아니라면 안반데기를 넘어 정선 구절리를 지나갔겠지만, 강원의 깊은 산중은 빙판이 되어 이방인의 발길을 거부했다. 대관령에 발을 들여놓는 첫 신호탄으로 대관령1터널이 펼쳐졌다. 대관령1터널을 빠져나오자 갑자기 탁 트인 시야로 가슴마저 트였다. 생태터널 형식의 2, 3터널을 지나면 다시 산속을 파고드는 4터널이 기다..

동해에서 원주로 향하는 영동고속도로_20220825

이튿날 동해시, 동해 바다와 작별하고, 영동고속도로를 따라 원주로 출발했다. 지난 봄에 동해 바다를 만난 영덕이 숨겨진 보석이었다면 동해, 삼척은 진품이 검증된 보석이었다. 카페와 펜션이 들어서기 시작하는 오래된 마을이 그랬고, 야생의 바다와 기암괴석이 그랬다. 올 때처럼 갈 때도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하며, 대관령 지나 마치 뿌듯한 내리막길을 미끄러져 가는 기분에 도치되었다. 그 길 따라 도착한 원주는 새로 꽃단장한 간현이었다. 동해를 떠나 동해고속도로에 발을 걸쳤다. 망상해변 구간은 인접한 우측이 망망대해, 동해바다였다. 옥계를 지날 무렵 전방에 특이한 형상의 구름이 보였다. 마치 젊은 시절 한 가정을 떠받치느라 허리가 굽어 더이상 펼 수 없는 우리네 할머니 같았다. 강릉3터널을 지나며 남강릉IC가 가까..

강릉 가는 길_20210629

동해, 삼척 가는 길,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굵은 장대비가 내리던 날이었는데 대관령을 지나자 다른 세상인 양 화창하다. 피서를 대신한 이번 여름 마지막 여정은 당초 계획했던 담양/순창을 대신하여 급하게 날조한 계획이지만 대신 처음 가보는 여행지를 끼워 충분히 심적 보상이 되리라. 횡계를 지나 대관령터널에 진입하기 전, 마치 영화 mist를 연상시키는 연무가 자욱했다. 대관령 터널 하나를 지나 동해 바다가 보일 것만 같음에도 두터운 운무로 영동지방 날씨를 예측할 수 없었다. 동해바다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었다. 6 터널에 진입하기 전, 7 터널 중 어찌 보면 제대로 된 마지막 터널인 셈이다. 강릉이 가까워지자 한순간 운무는 걷히고 화창한 하늘을 드러냈다. 동해고속도로에 진입하여 옥계 방면으로 운행 중인..

추억과 시간이 만나는 곳

충주 봉황휴양림에도 아직은 가을 내음만 나고 정취는 느끼기 쉽지 않았으나 조용한 나만의 휴식을 보내기엔 안성맞춤이었다. 밤 늦은 시간에 도착하여 주변을 돌아볼 틈 없이 바로 피로를 달래곤 일어나 보니 햇살이 전형적인 가을 답게 모든 걸 태울 듯 따갑다. 이번 숙소는 가장 안쪽에 들어서 있는 통나무집인 다래넝쿨집이라 아주 깊은 산중에서의 하루를 보낸 착각이 들만큼 조용하고 아늑했다.약간의 우풍을 느낄 정도로 가을 아침답게 약간 서늘했지만 해가 뜨고 금새 불볕더위를 방불케 했다. 현관을 나와 봉황휴양림을 나서는 첫 발걸음에 이렇게 넓직한 뜰을 한 장 담아 두곤 출발. 주위에 다른 여행지를 뒤로하고 바로 남한강과 섬강, 청미천이 만나는 두물머리로 달려와 트인 전경을 바라 봤더니 녹조가 어마무시하다.예전에 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