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못 4

가을 열매 설익은 하늘숲길, 화절령 가는 길_20201007

가을이면 달골 마냥 찾는 곳 중 하나가 정선 하늘숲길(사북의 잃어버린 탄광마을_20141129, 하늘숲길에 가을이 찾아 들다_20191023, 하얀 하늘숲길을 거닐다_20200203)로 고산지대에 조급한 가을과 더불어 눈앞에 첩첩이 펼쳐진 산능선의 미려한 행진곡이 멋진, 단순히 연결의 의미로 채워진 길이 아닌 감상의 의미가 가미된 길을 찾았다. 그 길을 나서기 전, 큼지막한 텀블러에 커피 한 잔을 채우기 위해 아침 시간대 고한에서 동네를 둘러둘러 겨우 찾은 카페에서 듬직한 내용물을 담아 차로 총총히 가던 중에 만난 담벼락 아래 나팔꽃 무리들이 살랑이는 바람살에 나풀거렸다. 나팔꽃에 새겨진 별이 북극성처럼 갈 길을 잃지 마라고 토닥여 주는 걸까? 잠시 고개 숙여 환한 응원을 받았다. 6년 전에 밟았던 운탄..

한가위 만의사_20180924

한가위 당일, 부시시 늦잠을 자던 중 큰누님이 집으로 들어 오는 소리를 어렴풋이 들었다.이번엔 혼자오게 된 이유가 큰 조카는 한창 바쁜 대기업 생활, 둘째 녀석은 상영관 알바로 가장 바쁘면서 일당이 짭짤하단다.큰매형도 물론 급작스런 업무.제사를 끝내고 가족들끼리 가까운 근교 나들이를 하기로 했는데 첫번째 코스는 오마니 종교적인 부탁으로 만의사를 방문하기로 한다. 역시나 전형적인 가을이라 하늘도 높고 푸르거니와 구름 한 점 없이 맑다.그 맑은 하늘을 등지고 불상이 세상을 바라본다.오마니는 사찰을 다니며 언제나처럼 절을 하시고, 나는 오마니 핑계로 사찰을 둘러 보며 사진을 찍는다. 사찰 초입부터 반기는 것들이 많다.코스모스 군락지에서 한껏 펼친 꽃잎으로 부는 바람을 따라 살랑이는 코스모스와 꽃은 이미 시들어..

만의사 가는 날_20180527

지나친 석가탄신일이 못내 아쉬웠는지 오마니 명령(?)으로 만의사로 향했다.이미 석가탄신일이 지나고 휴일 오후 느지막이 도착한 터라 절은 마냥 고요하고 적막했다. 이거 꽃이 아닌데 꽃만큼 이쁘다. 만의사 초입에 차를 세워 놓으면 가장 먼저 작은 연못과 배가 볼록한 석상이 활짝 웃으며 객을 맞이한다. 절은 제법 규모가 큰 데 중간중간 이런 기와장과 조형물들이 많다. 아이폰 인물 모드로 벽화의 인물도 인식하는게 마냥 신기하지만 앞서 세종대왕 동상과 달리 주변 배경을 완전 날리지 못한다.차이가 없는 원근감 때문인가봐.그래도 얼굴 일대는 환하고, 나머지 주변은 약간 어둡게 나오는 걸 보면 그나마 신기하다. 들국화가 빼곡히 무리지어 있는 곳. 가장 높이 있는 대웅전(?)에 오르자 이런 큼지막하고 화사한 꽃이 눈에 ..

눈 내린 반석산

눈이 내리고 며칠 지난 휴일, 내린 눈이 수줍음으로 대지에서 숨기 전에 산책을 나가서 카메라로 떠왔다. 노작로 육교에서 솔빛초등학교를 바라 보고 찍은 설경.며칠 지난 설경이라 눈꽃이 많이 진 후였다.얼마 남지 않은 눈꽃이 이렇게 운치 만발한데 눈 내린 직후의 광경은 어떠했을까?상상의 물감이 멋진 눈밭의 눈부신 화사함을 가늠케 해 준다. 반석산자락 카페촌 너머에 있는 근린공원엔 인적의 발자취가 반가울 정도로 사람의 흔적을 거의 느낄 수 없었다.덕분에 하얀 세상의 진면목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었는데 눈 내린 후 며칠 지나 버려 양지 바른 곳이나 눈꽃은 흔적이 남아 있질 않았다.암자 지붕엔 마치 카스텔라 빵처럼 폭신하게 내려 앉은 눈이 손바닥 도장이라도 찍어 보고 싶을 만큼 깨끗하게 쌓여 있다. 발자욱이 반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