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하늘길 3

오지 협곡에 흐르는 풍류, 낙동강 세평하늘길 1구간_20240309

협곡에 살짝 걸쳐진 길을 걷다 앉으면 길가 벤치가 되고,조밀한 나무 어깨를 지나면 터널이 되고,깊이 들숨을 마시면 향기가 되는 곳.낙동강이 허락해 준 낙동강 세평하늘길(이하 '세평하늘길')은 극도로 한갓진 두려움도, 깊디깊은 적막의 어둠도 없었다.그럼에도 자연의 숨결이 명징하게 피부를 스치며, 새의 지저귀는 노래가 이토록 아름다운지, 구르는 물의 소리가 이토록 흥겨운지, 또한 바람 소리에서 이토록 향그로운 향이 나는지, 문명이 차단된 계곡이 투영한 햇살이 콧잔등에서 어떤 노래를 부르는지 교감했다.길은 강변 수풀을 헤치고, 모래자갈밭을 지나며,바위를 밟고, 철길과 나란히 걷거나 아래를 지나며,데크길로 가파른 비탈길을 날고, 절벽을 스친다.그래서 길은 삶이 지나는 혈관이며, 이야기가 오고 가는 전신주였다.겨..

흐르는 강물처럼, 낙동강 세평하늘길 3구간_20240309

분천역에서 출발하여 유일무이한 길이자 강변과 함께 나란히 늘어선 세평하늘길을 걸으며 그 길이 안내하는 대로 쉼 없이 걸었다.가끔 마주치는 인가와 어쩌다 지나는 차량의 엔진소리가 반가울 만큼 문명의 밀도가 낮은 공간을 파고들어 언제부턴가 소음에 길들여진 어색함을 털기 위해 나지막이 음악을 곁들였다.세평하늘길은 총 3 구간으로 1구간은 승부역~양원역, 2구간은 양원역~비동 임시승강장, 3구간은 나머지 비동~분천역까지로 나뉘는데 분천역에서 출발하여 걷는 구간은 3구간으로 낙동강이 첩첩산중을 비집고 들어가 억겁 동안 트여놓았고, 인간은 거기에 좁은 도로와 철길을 얹어 놓았다.그래서 강에 자생하는 생명들과 자연들이 서로 교합하여 만들어낸 소리가 미로 속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 풀어놓은 실처럼 이정표가 되어준 덕..

외면의 알을 깨고 세상으로, 봉화 분천역 산타마을_20240309

철길이 유일한 이동 통로인 곳, 영화 '기적'의 배경이 되는 양원역 일대 둘레길이 조성되었고, 철길을 중심으로 도보길이 실타래처럼 얽힌 세 평하늘길에 당도했다.지난 대관령 여정에서 함께 둘러볼 심산이었으나, 당시 동해역 부근 허름한 모텔조차 15만원이라 잠시 미뤘고, 일주일 지나 그 땅을 밟았다.세평하늘길은 지자체에서 트레킹 코스로 만들어 둘레길 중 한 곳인 승부역 초대 역무원의 '하늘도 세평 꽃밭도 세평'이라는 시에서 착안, 세평하늘길이 되었는데 분천역에서부터 양원역을 거쳐 승부역까지 약 12km 둘레길로 겨울이면 오지의 협곡에 잉태한 눈꽃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이동 수단인 열차를 타고 감상할 수 있는 구간이었다.2004년에 유일한 민자(?) 간이역인 양원역을 어렵게 찾은 적 있었는데 당시 양원역은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