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묘 3

작별, 그리고 아버지 성묘_20190306

대구에서 하루 밤을 보내고 일어나 오마니 뫼시러 합천으로 향하는데 최악의 미세 먼지 습격이다.대기가 뿌옇게 짓눌려 있는 건 기본이고 마치 자욱한 안개가 끼인 양 텁텁한 공기 내음까지 한 몫 한다.근래 들어 전국적으로 최악의 미세 먼지 농도란다. 합천에 오마니 모시러 가는 길, 지도가 가르쳐 준 길을 따라 카페에 들러 잠시 여유와 따스한 향에 취해 본다. 처음 만난 친지-외가 쪽이라 외삼촌, 외숙모-를 모시고 따스한 진지상 한 번 대접해 드리겠다고 했더니 마실에 만만히 다니시는 백반집으로 가신다.백반도 좋지만 평소 잡숫는 식사보다 좀 특별한 대접을 해드리고 싶었는데 한사코 거기로 가시는 고집을 어찌 꺾을 소냐.헤어질 시간이 다가와 작별 인사에 또다시 눈물을 흘리시는 분들께 뒷모습을 보이며 터벅터벅 걸어오는..

늦은 성묘_20180823

졸업장과 같은 걸 받을 려고 그리 고생했나 싶으면서도 뿌듯한 감회를 느끼며 대구에서 하루를 보냈다.한 달 넘게 폭염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지만 그 예봉은 조금 꺾여 아침 저녁으로 그나마 숨이 막히는 정도는 아니었고, 특히나 기형적인 게 서울보다 대구, 아니 대프리카가 좀 시원했다.이왕 내려 온 거 아버지 산소도 가고 예전 살면서 자주 다녔던 산책로도 찾아 과거 회상에 젖기로 했다. 고산을 지나는 금호강은 광활한 야생의 습지가 그대로 남아 있어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여전히 북쪽에 우두커니 서서 거대한 분지를 이루며 이 지역의 수호신 같은 팔공산과 그와 함께 장벽을 이루는 여러 봉우리들이 구름에 섞여 있다. 대구 온 김에 올 처음 찾아뵌 아버지 산소는 얼마 전 내린 세찬 비의 흔적이 남아 군데군데 흙이 패..

통영 가족 여행_셋째 날

셋째 날, 나는 겨울잠을 미리 자느라 찍어둔 사진이 거의 없다.그나마 이건 이에스콘도를 떠나는 미련을 담아 두고자...여전히 햇빛이 허벌나게 강하다. 올라 오는 길에 아버지 산소에 들러 겨우 정신 차리고 절 한 번 드리고 잠시 산책 삼아 주위를 둘러 봤다.남은 숙취로 카메라고 나발이고 세상 모든게 다 귀찮으..그나마 주머니 속에 아이뽕이 있어서 성묘 끝내고 담소 중이신 가족들을 향해 찍었는데 사람은 워디 갔다냐.. 내 쓰라린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해바라기는 무심하게도 화사하다.가을 볕을 잔뜩 얼굴에 담아 두곤 지나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그걸 찍으려는 카메라에게조차 아낌없이 그 화사하고 따사로운 빛깔을 나눠주시는, 그 가을의 대명사 해바라기는 무심히 지나칠 것만 같은 시간들을 잊지 않게 꽂아 둔 책갈피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