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모습을 탈피하고자 거칠게 몸부림치는 사북의 밤은 여느 지방의 마을처럼 일찍 찾아와 깊은 잠에 침묵 중이다. 따스한 남쪽 나라와 달리 여전히 겨울 기운이 웅크리고 있어 끼고 있는 마스크 내부엔 어느새 이슬이 맺혀 인중을 간지럽히며 먼 길 찾아온 수고에 구수한 사투리처럼 입술 촉촉한 대화를 이어간다. 어두운 밤에 어디를 갈 엄두는 나지 않아 지난번 봐두었던 둘레길을 밟으며 오랜만에 찾아온, 오랜 공백을 깨듯 연탄 내음이 코끝 살랑대는 밤공기를 폐부로 맞는다. 여전히 사북의 밤은 일찍 찾아오지만, 대기를 가득채우는 빛잔치는 기세등등하다. 퇴근 뒤 열심히 달려 사북에 도착, 복지 프로그램으로 미리 예약한 메이힐즈에 짐을 풀고 바로 사북 지장천 둘레길로 이동했다. 지나는 길에 지장천을 중심으로 잘 다듬어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