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림골 2

쓸쓸한 사림재_20220228

삼강과 회룡포가 인척이면서도 시기와 질투를 견디지 못한 강과 산이 갈라놓는다. 허나 그 심술도 응축된 겨울에 실려 떠나려 하듯 작은 골짜기 이정표 따라 두 개의 둥지를 잇고, 웅크린 봄이 피듯 하나를 바라던 물살도 사뿐한 까치발로 유유히 숨죽인다. 지난 시간에 서린 희망의 찬가처럼 길은 선명한 자태로 산을 향하며 그 길 따라 시선은 이미 고갯길 너머 하늘에 닿는다. 석양에 기댄 강가 너른 들판에 갈 길 바쁜 나그네는 어디론가 사라져 여정을 위로하던 주막도 지는 해처럼 퇴색되고, 이제는 화려한 가면을 쓴 채 갈 길 잃은 사람들을 품어준다. 강문화전시관은 휴관이라 잠시 둘러보는 사이 가뜩이나 짧은 하루 해는 조급하게 서산 너머 내닫는다. 메마른 길 지나 흐르는 낙동강_20220126 이리로 흘러 저리로 간다..

메마른 길 지나 흐르는 낙동강_20220126

이리로 흘러 저리로 간다. 말 없는 강은 미처 소리 낼 틈 없이 바다를 오로지하며 이내 깊은 푸르름에 잠기고, 말 잃은 산은 지나는 강을 시샘할 틈 없이 하늘을 오로지 하며 이내 깊은 푸르름에 잠긴다. 하늘에서 달려온 강이 다시 하늘로 사라질 무렵 각처를 방황하던 강에게 한자리 내어준다. 강을 건너 너른 공원을 지나 홀로 걷는다. 산의 간극이 좁아질 무렵 여러 갈래 나누어 흐르던 길은 하나의 길로 고갯길로 향하고, 이미 말라 버린 인적 물결은 극도의 갈증을 느낄 겨를 없다. 멀리서 달려온 강은 이 자리를 묵묵히 지난다. 그러곤 더 먼 곳을 향해 쉴 틈 없이 느린 걸음을 옮긴다. 짧은 시간만큼 찰나의 머무름. 인적은 증발해 버렸지만 강물은 변함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