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강과 회룡포가 인척이면서도 시기와 질투를 견디지 못한 강과 산이 갈라놓는다.
허나 그 심술도 응축된 겨울에 실려 떠나려 하듯 작은 골짜기 이정표 따라 두 개의 둥지를 잇고, 웅크린 봄이 피듯 하나를 바라던 물살도 사뿐한 까치발로 유유히 숨죽인다.
지난 시간에 서린 희망의 찬가처럼 길은 선명한 자태로 산을 향하며 그 길 따라 시선은 이미 고갯길 너머 하늘에 닿는다.
석양에 기댄 강가 너른 들판에 갈 길 바쁜 나그네는 어디론가 사라져 여정을 위로하던 주막도 지는 해처럼 퇴색되고, 이제는 화려한 가면을 쓴 채 갈 길 잃은 사람들을 품어준다.
강문화전시관은 휴관이라 잠시 둘러보는 사이 가뜩이나 짧은 하루 해는 조급하게 서산 너머 내닫는다.
회룡대에서 삼강나루터 인근 비룡교를 들렀다.
삼강나루터에서 회룡포를 가기 위해 낙동강을 건너 사림재를 넘어야 되는데 시간이 촉박하여 사림재를 넘지 않고 초입까지 걷기로 했는데 마주치는 사람이 전혀 없을 정도로 혼자 누리기에 사치에 가까웠다.
사림재로 가기 위해 비룡교를 거쳐 낙동강을 건넜다.
비룡교를 건너면 야외무대광장을 비롯하여 의외로 규모가 큰 공원이 있었는데 야외무대광장이란 말은 그리 와닿지 않는 시설이었다.
삼강나루에서 회룡포로 가는 작은 고갯길 사림재는 고즈넉한 산길이지만 가파르거나 높지 않아 발목을 무겁게 잡진 않았다.
다만 겨울에 완전 압도당한 경관으로 황량하긴 했다.
나무의 품새가 마치 동맥-모세혈관을 연상시켰고, 크기는 주위 어떤 나무보다 한 척 이상은 우뚝 솟았다.
조금만 더 오르면 사림재로 차량 한 대 정도를 지날 만큼 폭이 좁지 않았는데 현재는 굳이 이런 비포장길을 용납하지 않아 그저 적막만 무겁게 짓눌렀다.
사림재 초입에서 발길을 돌려 왔던 길을 되짚어 비룡교로 돌아와 낙동강을 건널 무렵, 그 너머 삼강과 석양을 잠시 감상했다.
맑은 대기에 비해 하늘은 갈 길 잃은 구름이 얇게 걸쳐져 있었고, 석양의 빛파동에 버텨낼 재간이 없었는지 덩달아 붉게 타올랐다.
비룡교를 건너던 중 강문화 전시관 너머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은 사원? 같은 곳이 보였고, 우측엔 작은 연못이 있었다.
사원인지 제실인지 몰라도 새로 지은 말끔한 티가 멀리서도 눈에 확연히 띄었다.
비룡교를 완전히 건너 앞서 다녀온 사림재 방향으로 톺아봤다.
이어 벌판에 근대 건축물 형태의 강문화 전시관에 들렀으나, 아직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앞서 21년 초봄, 삼강주막에 왔다 삼강문화단지를 둘러보다 특이한 구조물이 있어 멀리서만 훑어본 적이 있었는데 삼강나루 캠핑장의 파브르 펜션이었고, 파브르란 이름답게 외형이 곤충을 연상시켰다.
혹시나 싶어 검색을 해보니 사설로 운영되는 펜션이었고, 근래 인기 있는 글램핑 테마 삘이 났다.
한적한 풍경과 달리 펜션 단지엔 제법 사람들이 많았는데 조금 전까지 적막하던 분위기와 달리 활기가 느껴졌다.
이번 회룡포 여정의 마지막 순간, 지는 석양을 등지고 뒤돌아 낙동강 일대를 바라봤다.
해가 지면 암흑이 들어찰 암시처럼 그림자는 점점 길게 늘어져 경쟁하듯 크기를 부풀렸지만 여정의 여운 또한 그 크기만큼 거대했던 시간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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