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 13

상행_20201120

곧장 창녕을 떠나 대구에서 지인을 만나 모처럼 막창에 소주 한 잔 기울이며 회포를 풀었다. 다음날 점심은 대구에 오면 한 번 정도는 꼭 들르는 뼈해장국집에서 든든하게 배를 채운 뒤 상행 고속도로를 탔다. 근데 여긴 찾는 시간대에 따라 맛이 들쑥날쑥인데 잘만 걸리면 구수한 진국이 나온다. 속리산 휴게소에 들러 멋진 구병산 산세는 꼭 감상해야지. 휴게소 바로 옆 시루봉도 특이하지만 멋진 몸매를 갖고 있다. 휴게소 뒤뜰에 어린 냥이들이 굶주림에 힘겨워했다. 집사로서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늘 가져 다니는 햇반 그릇에 녀석들 한 끼 밥을 채워주자 허겁지겁 해치웠다. 뻔히 알면서 지나친 찝찝함보다 녀석들의 삶이 더욱 가슴을 아리게 했다.

재미있는 반영 사진_20201111

집으로 가는 길에 언제나처럼 하나로마트에 들러 농축산물을 한아름 담아 다시 길을 가던 중 거울 같은 강변에 길을 멈췄다. 강이 만들어 낸 반영을 보면 여러 모습이 보인다. 수염을 양갈래 늘어뜨린 사람 얼굴 같기도 하고, 강아지나 고양이 모습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악마나 해골 모습 같기도 하다. 강 건너 언덕배기에 집이 보여 마을 어른께 여쭤보니 황씨 집성촌이라 사당처럼 사용하는데 연세 드신 분들이 힘들어하셔서 마을 가까이 몇 개를 세워 놓으셨단다. 내 눈엔 한 번 방문해 보고 싶어지는 곳이다. 올라가는 길에 아부지 산소에 들러 자식 도리를 조금이나마 한다. 아무도 없는 곳이라 발걸음 소리도 꽤 울릴 정도. 항상 사진 찍는 자리에 서서 같은 구도의 사진을 찍곤 성묘 치레를 마무리했다. 올라오는 길에 ..

상행길_20200507

집으로 가는 길에 정주행 하지 않고 곁길로 살짝 빠져 하나로마트에 들른다. 지역 농산물은 동탄에 비하면 비교적 저렴하면서 쉽게 구할 수 없는 야채나 과일 등이 있어 여행을 떠났다 돌아오는 길이면 거의 습관적으로 방문하게 되는데 한적한 마을 정취에 비해 하나로마트 규모는 꽤 넓고, 그 옆엔 정겨운 초등학교가 붙어 있다. 세상을 태울 듯 강렬한 햇살 아래 정말 모든 생명이 타버린 게 아닌가 의심이 들만큼 인적을 찾기 어려운 마을에서 간단한 요기까지 해결한 뒤 고속도로 상행선에 올라탄다. 멋진 산세에 반해 이 도로를 이용할 때면 가급적 머무르는 휴게소에서 눈과 몸에 끼인 피로를 털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