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 5

냥이_20241103

녀석으로 인해 가족들이 모이면 대화가 늘었다.집 나간 가족들도, 집을 지키는 가족들도 녀석에 대한 대화에서 묘한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심지어 녀석을 마음을 얻기 위해 감정팔이까지 하는 가족도 있었다.녀석은 그걸 아는 지 모르는 지 줄곧 간식과 놀이를 즐긴 가족들에게 마음을 줬고, 뒤늦게 녀석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했지만 여전히 시크한 녀석에게 원망보단 관심 동냥을 바랬다.오후에 오산 세교로 가기 위해 준비를 하는 동안 이제는 눈치가 빠른 녀석이 유독 눈앞에 따라다녔다.외출을 위해 옷을 주섬주섬 입는 동안 녀석은 멀리 가지 않을 거란 걸 알고 현관이 한눈에 보이는 의자에 앉아 묘한 자세로 쉬고 있었다.두 족발을 이렇게 하는 건 뭐냥?깨물어 달란 거냥?어엿한 성묘인데도 냥이들은 귀여움과 동시에 묘한 애수로..

냥이_20241102

껌딱지가 떨어질 땐 퍼질러 자거나 햇살이 좋아 일광 소독을 할 때인데 특히나 가을볕이 좋던 주말에 집사들이 모여 녀석의 심리적 안정감이 극도에 달하면서 햇살이 쏟아지던 따스한 창가에서 일광 소독을 준비했다.가을 햇살이 따스하게 여겨질 무렵이 이맘때쯤이라 녀석 또한 창을 열어 시원한 바람 속에서 그 따스함을 만끽하며 그루밍 중이었다.집사들이 쇼파에 앉아 있나 꼼꼼히 훑어본 뒤 녀석은 그대로 퍼질러 누웠다.어디든 누우면 제 잠자리가 되고, 쉼터가 되었다.한참을 일광 소독한 뒤 밀려오는 졸음을 참지 못해 쇼파에 드러누워 깊은 잠에 빠져들었는데 집사들은 평소처럼 생활을 해도 녀석은 여간해서 잠을 떨치지 않았다.그만큼 제 영역이라 여긴 집 안에서 낙천적으로 변했다.녀석이 자는 걸 그대로 두고 집을 나와 오산으로 ..

무심한 한가위 폭염과 가을 하늘_20240917

완연한 가을로 넘어온 한가위에도 여름의 위력적인 폭염은 여전했고, 에어컨은 연일 휴식도 모른 채 끊임없이 돌아갔다.베란다 창 너머 하늘빛은 완연한 가을이건만 더위는 지칠 줄 모르고 그 세상 아래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 더위에 주눅 들었고, 오죽했으면 고양이도 덥다고 에어컨 앞에서 애정 공세를 폈다.그러다가도 창밖 청명한 하늘빛에 이끌리듯 가족들과 뭉치를 차에 태워 가까운 노작 호수공원으로 갔는데 혈기왕성한 뭉치만 신났다.하늘빛은 이렇게 고울 수 있을까?뭉게뭉게 피어나는 구름의 선들이 선명하다 못해 마치 눈앞에 바짝 다가온 것처럼 입체감이 풍부했다.더위와 한가위가 겹친 날이라 너른 공원은 텅 비어 강아지들이 뛰어놀기 안성맞춤이었다.사진에 뜨거운 더위가 표현되지 않아 마치 서늘한 가을 아래 메타세쿼이아가 서정..

정감 많은 깡패, 뭉치_20240914

역시나 녀석은 동네 깡패 따로 없다.집에 놀러오자마자 미친듯이 집안 곳곳을 탐색하고 영역표시하고 보안을 점검했다.다행히 기저귀를 채워놓긴 했지만 워찌나 설치는지 기저귀가 벗겨지려 했다.반갑고 스담해달라는 뜻으로 짖어대는데 대형견이 짖는 소리와 흡사해 집안 전체가 울렸다.그렇게 정신 없이 설치다 녀석도 지쳐 무릎 위에 자리를 잡고 쉬고 있는데 주뎅이 일대가 김치찌개를 먹은 것 마냥 변색되어 있었다.녀석이 집주인 노릇을 하여 울집 냥이는 작은 방에 두고 문을 닫았는데 혼자라 생각했는지 냥이 밥을 깨끗히 비웠고, 정수기는 녀석의 차지가 되어 버렸다.조금 한숨 돌리면 또 설치고, 그러다 쉬고, 가쁜 숨이 가라앉으면 또 설치고...그렇게 한 시간 정도는 뭉치로 인해 집은 개판이 되었다.그래도 귀엽고 정 많은 뭉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