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 4

용인 이동, 고삼저수지_20150808

인사이드 아웃을 보고 연극을 보려던 당초 계획이 인사이드 아웃으로 만족해야만 했던, 그 남은 아쉬움을 충족하러 떠났던 길은 용인 거대 저수지 쌍두마차로 굳혔다. 동탄에서 무봉산 너머에 있는 이동저수지와 거기서 백암으로 쭉 가면 고삼을 지나자 마자 옅은 산세를 굽이쳐 뻗어 있는 고삼저수지. 오산을 거쳐 고갯길을 지나 이동저수지에 도착할 무렵, 가늘던 빗줄기가 장대비로 바뀌어 하는 수 없이 호수를 끼고 이동을 하며 감상 중, 반 정도 지나 남단에 도착할때 순식간에 그쳐 버린다.차에서 내려 호숫가 쉼터에 앉아 음료를 마시며 한동안 호수를 바라다 보니 넓긴 넓다. 고삼저수지에 도착할 무렵엔 이미 구름도 대부분 걷혀 따가운 햇볕이 쏟아지기 시작하는데 호수와 가까운 산 언저리에 아직 남아 있던 비구름이 뉘엇뉘엇 넘..

지루한 여름의 시작_20150613

정작 부산을 가도 친구와의 추억이 될만한 징표라곤 그 녀석이 평소 믿고 따르던 형님과 동생 뿐이었는데 형님은 사정상 뵐 수 없었다.그래도 빈 손으로 가지말란 인연인지 원양 해운을 하던 그 동생이 때마침 육지로 나와 있던 찰나였으니 어찌나 감사하고 반갑던지.1시간 정도 살아왔던 이야기를 나눈 후 헤어지고 부산에서 하룻밤을 쉬고 바로 상행선을 타고 대구를 들렀다.대구에 오면 꼭 연락하라던 지인을 만나기 전, 무료함도 달래고 뒤숭숭하던 머릿속도 비울 겸 낮 시간에 자전거를 빌려 금호강변을 나섰다. 역시나 강바람의 기세는 대단했다.15킬로 정도 가는 사이 가슴에 바람이 안기어 앞으로 나가는데 힘을 너무 많이 뺀 탓에 얼마 못 가서 자전거를 돌려 왔던 길로 되돌아왔다.기진맥진하여 되돌아갈 힘도 용기도 생기지 않아..

겨울 바닷가_20141213

전날 퇴근해서 바로 동서울터미널로 가서 울진행 버스를 탔지만 원주 지날 무렵부터 대책없는 폭설로 더디게 나아갔다. 오늘 중으로 도착할 수 있으려나 싶었는데 그나마 눈발이 날리기 시작할때 즈음이라 생각보단 이동 속도가 괜찮았고 강릉을 지날때 밖을 보니 그짓말처럼 화창해서 밤하늘에 별이 쫑알쫑알 빛나는 중이었다.6시간 채 걸리지 않았으니 그나마 선방했다고 봐야지. 완전 텅빈 울진 터미널에 도착해서 일행을 만나기 전에 올라가는 차편을 생각하지 아니할 수 없는 벱이쥐.일단 아이뽕으로 시간표 정도는 챙겨 놓고~동서울에서 출발한 고속버스는 삼척-임원-호산-부구-죽변을 거쳐 울진을 종착점으로 하는데 앞 터미널에서 내리는 승객들이 많아 마지막 울진에선 나를 포함 3명 뿐이었다.추운 겨울에 적막한 터미널 안은 자그마한 ..

20140920_가을을 잡으러 가자

불현듯 가을을 가지고 싶다는 무모한 욕심이 생겼고 마치 그 욕구를 실현한 착각에 빠져들자 한술 더 떠서 어떤 가을, 어디 가을을 가질지에 대한 행복한 고민에 빠질 무렵 어차피 내가 가질 가을이라면 철저히 고립되어 가공이 덜 되고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뺏기지 않는 멀고 접근성이 불편한 곳을 선택해야 겠다는 내 나름의 용의주도한 착각에 빠졌다. 그래서 선택한 곳은 울진. 바다에도 가을볕이 들까? 잘 가다가 삼천포로 빠지듯 죽변 후정해수욕장으로 계획도 없던 발걸음을 돌렸더니 강렬한 햇살에 사람들이 모두 증발해 버렸다. 지나다니는 사람조차 없고 오로지 혼자 전세 내어 놓은 사람 마냥 모든걸 다 가진 기분. 동해 바다에서만 볼 수 있는 심연의 파란 바다와 하늘이 이종교배하여 더 깊은 파랑의 수평선이 너무도 선명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