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3

생긴 건 꼬락서니, 맛은 마약_20200905

선유도 석양을 뒤로하고 길게 늘어선 차량 행렬 따라 고군산군도를 벗어나 허기를 달래기 위해 비응도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없는 곳을 찾아 자리를 잡자 밀려든 허기에 보이는 건 전부 음식처럼 보일 정도. 게다가 음식 하면 전주, 군산에, 칼국수 하면 바지락 아니것소잉! 군산에 와서 바지락칼국수 하나만 먹기엔 억울할 것만 같아, 눈에 헛것이 보일 정도라 해물전도 같이 시켰더니 비쥬얼이 무성의 그 자체다. 전을 부치다 세상 귀찮아 이리저리 굴리며 학대당한 불쌍한 모습이지만 한 조각 떼서 입에 넣는 순간 동생 녀석과 약속한 것처럼 동시에 서로 눈을 맞히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이렇게 억울한 상판대기에서 전혀 다른 맛이 나올 수 있을까? 지금까지 내가 먹은 전, 빈대떡 중 최고를 군산에서 만났다. 부안에 명물, 바지..

재즈 선율 같은 석양 자락, 선유도_20200905

평이한 두 개가 모여 각별한 하나로, 단조로운 바다와 흔하디 흔한 바위산이 만나 세상 하나 뿐인 자태, 그 모습이 보는 시점과 지점에 따라 다른 옷으로 단장했다. 만약 두 바위 돌기가 서로 시기했다면 그 모습이 남달랐을까? 고립의 아픔에서 서로 의지하며 고단한 바다 한가운데 생존하는 숙원을 조화롭게 이룬 경관이, 그래서 절경일 수밖에 없다. 대장도를 떠나기 전, 뿌연 대기 사이 다음 목적지인 망주봉 방향을 바라봤다. 때론 옅은 안개도 고마울 때가 있다. 바라보는 시각과 관점의 차이에 따라 미운 오리 새끼가 아름다운 백조로 거듭날 수 있는 전경이었다. 대장도에서 차로 이동하여 선유도에 도착, 주차된 차들이 길 양 편에 늘어서 주차는 물론이거니와 통행조차 쉽지 않았다. 망주봉을 지나 선유도 해변의 끝이 보일..

바다와 섬이 그린 그림, 고군산도/대장도_20200905

섬들이 이토록 사이좋게 나고 자라는 곳을 밟으며 먹먹한 가슴을 밀어내 눈이 포근했던 섬 여행. 사소하게 물결치는 획 하나에도 저미는 가슴을 다독이며 한 발 한 발 걸어 올라가 끝내 다스렸던 기대감을 벗어던지는 쾌감은 그 어디에 비유할 바 없었다. 망망대해에 기댄 섬들은 작은 소품처럼 미약하지만 늘 같은 모습의 바다와 달리 시시각각 소박한 옷을 갈아입는 품새는 꼬깃꼬깃 접었던 종이학이 나래를 펼치며 고이 품었던 스펙트럼을 승천시키는 날갯짓이다. 화려하다고 해서 아름다울 거란 핀잔을 애써 삼키며 섬과 계절이 어우러져 감탄의 파도가 덩실거렸다. 가던 날, 안개가 뿌옇게 끼어 시야가 그리 트이지 않았지만 자연이 나에게 맞출 수 없으니 다음 기회를 설렘에 맡기자. 김제 사는 동생을 만나 군산에서 소주 한 잔 뽀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