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들이 이토록 사이좋게 나고 자라는 곳을 밟으며 먹먹한 가슴을 밀어내 눈이 포근했던 섬 여행.
사소하게 물결치는 획 하나에도 저미는 가슴을 다독이며 한 발 한 발 걸어 올라가 끝내 다스렸던 기대감을 벗어던지는 쾌감은 그 어디에 비유할 바 없었다.
망망대해에 기댄 섬들은 작은 소품처럼 미약하지만 늘 같은 모습의 바다와 달리 시시각각 소박한 옷을 갈아입는 품새는 꼬깃꼬깃 접었던 종이학이 나래를 펼치며 고이 품었던 스펙트럼을 승천시키는 날갯짓이다.
화려하다고 해서 아름다울 거란 핀잔을 애써 삼키며 섬과 계절이 어우러져 감탄의 파도가 덩실거렸다.
가던 날, 안개가 뿌옇게 끼어 시야가 그리 트이지 않았지만 자연이 나에게 맞출 수 없으니 다음 기회를 설렘에 맡기자.
김제 사는 동생을 만나 군산에서 소주 한 잔 뽀개고, 이튿날 고군산도의 구불구불 도로 따라 도착했다.
명성답게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여 어렵게 주차한 뒤 대장봉을 바라보며 걷기 시작, 섬과 섬을 잇는 아슬한 길에 인파를 따라 도착했다.
멀리 장자교를 건너 공영주차장에서 부터 거리가 그리 멀지 않은 데다 섬이 빚은 풍경에 취해 걷는 사이 이내 대장도로 넘어왔고, 베이지톤에 주름처럼 끼인 엷은 갈색이 절묘하게 덧칠된 대장봉을 바라보며 곧장 넘어와 뒤돌아 보면 꽤 지난 거리에 놀라게 된다.
넘어오는 도중 전망대에 서면 시야는 전혀 방해를 받지 않고 바다와 선유도 일대를 편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전망대에서 대장봉을 바라보면 이내 닿을 것만 같았다.
하늘로 솟은 거대 바위에 적절히 얹혀사는 녹음의 조화를 보면 모노톤의 색감도 이리 아름다울 수 있다.
산을 어렵게 오르는 동생과 보폭을 맞히기 위해 틈틈히 주위를 둘러 바다를 보면 그 위를 유영하는 배가 나른한 오후의 자장가 같았다.
길의 끝, 대장봉 정상에 오르면 일대 전망을 동시에 아우를 수 있는데 그 또한 테라스처럼 꾸며져 편하게 감상할 수 있었고, 인파가 조금 뜸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인적은 끊이지 않았다.
매일 새벽 정화수 한 사발에 기도를 드리는 우리네 할머니 모습과도 흡사하다.
그 염원이 얼마나 민족의 뿌리에 단단한 열매를 맺었으면 이런 형상에서 거룩한 의미를 부여했을까?
바위 언저리길을 이용하여 대장봉에 오를 때와 달리 하산은 선유도 해변을 바라보는 데크길을 이용했다.
대체적으로 대기가 뿌연 날이라 탁 트인 바다의 미려한 선을 기대하긴 힘들었지만 그만큼 있어야 될 자리에서 하나의 세상을 꾸린 고군산도의 조화로움은 방해받지 않는 날이라 다행이다.
바다와 마주한 대장도의 아주 작은 마을로 내려와 평화로운 사잇길을 걸으며, 마을 사람들의 작은 정성들이 올곧게 들어찬 정취를 감상했다.
고군산도가 자연이 만든 작품이라면 그 작품에 작은 붓으로 몇 개의 점을 찍어 미완의 여백을 채운 마지막 작품이 바로 이 땅을 빌려 사는 사람들의 숙명이자 협연이 아닐까?
선유도 해변 너머 외로워 보이지만 결코 외로울 새 없는, 그럼에도 그리움을 숙제로 남긴 망주봉을 바라보며 대장도 감상에 마침표를 찍었다.
'일상에 대한 넋두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상_20200906 (0) | 2022.12.20 |
---|---|
냥이_20200906 (0) | 2022.12.20 |
냥이_20200903 (0) | 2022.12.20 |
냥이_20200901 (0) | 2022.12.20 |
일상_20200830 (0) | 2022.1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