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안대교 3

저녁 같은 부산 광안의 아침_20220816

이튿날 기상해서 창밖을 내다보자 해변에 사람들이 거의 없었고, 이내 그 이유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굵은 소나기가 한창 진행 중이라 사람들은 잰걸음으로 사라지거나 실외로 나오지 않았는데 바다 또한 조금은 살벌한 파도가 일렁였다. 대기는 청명한 편인데 하늘에 두터운 구름이 끼어 오전 시간대인데도 불구하고 초저녁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그래도 광안리 해변은 나름 멋이 있었다. 약속 시간이 가까워져 서둘러 내려왔는데 비는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다행히 카카오택시는 금방 도착하여 다음 목적지로 수월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또 다시 부산행_20220815

서 있는 자리에서 한길의 끝을 보노라면 동경의 안개가 자욱했지만, 그 끝을 밟노라면 어렴풋한 안개가 걷히며 부서지는 파도의 하얀 유희로 매캐했다. 빌딩숲과 바다가 만나 문명의 화려한 유혹이 넘실대며 바다가 춤사위를 들썩이는 그 자리에 각별한 시간이 일제히 불 밝혀 어우러지는 자리, 부산은 함께 협주하는 음악이 멈추지 않았다. 1년에 한 번 정도 가는 부산인데 이번엔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부산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서울역에서 출발하여 부산으로 향하는 열차에 몸을 싣고 질주하던 중 대전을 지날 무렵에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났고, 뒤늦게 대전이란 걸 알게 되었다. 서울에서 출발할 때보다 구름의 무게감이 부쩍 늘었다. 계속 자야지. 어느새 부산에 도착했다. 광안리 해변에 도착할 무렵엔 해가 지고 밤이 찾아왔는..

까마득한 바다 앞 해운대, 그리고 떠나기 전 부산 밀면_20220723

빌딩숲 너머 바다라... 바다가 무한한 행복의 표상이라면 그걸 앞에 두고 숨죽인 사념을 달래는 건 작은 행복이라 할만했다. 비록 어디론가 흩어진 커피 향이 아쉬울지라도 내리는 비에 스민 희곡에 낭만이 서리면 그만 아닌가. 짧은 시간은 마치 단잠의 곡조를 추종하듯 그렇게 여운만 남기고 떠났다. 이튿날 열심히 폭주했음에도 숙취는 그리 무겁지 않았던지 서슴없이 해운대로 달렸다. 19년에 왔던 이른 봄바다와 사뭇 다른 여름 정취였다. 우측 광안대교와 좌측엔 이기대와 오륙도. 오륙도 방향으로 수평선에 걸친 걸친 요트가 이 순간만큼은 시인이 되었다. 어느새 부산의 명물이 된 광안대교와 그 너머엔 아파트숲이 빼곡했다. 카페테라스에 겨우 자리 하나가 생겨 후다닥 찜한 뒤 아이스 한 잔 때렸다. 방파제 위로 이따금 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