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는 회사 사우에서 이제는 사회 형제로 반년 정도만에 만나 식사를 나누기로 했던 날, 그 친구가 둥지를 튼 혁신도시로 향했다.
하루 종일 가을을 예고하는 빗방울이 이어지다 퇴근 무렵엔 만남을 응원해 주는지 빗방울이 가늘어져 길을 찾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인간관계에서 꽤나 신중하고 성의를 다하는 동상이라 약속 장소에 꽤나 만전을 기했을 터, 아니나 다를까 혁신도시 남단 길게 늘어선 산무리 사이 한적한 장소를 섭외했었는데 지도에서 보는 것과 달리 막상 그 자리에 서자 혁신도시와 일련의 산무리 사이에 우뚝 선 지형이라 일대 전망은 꽤나 좋았다.
물론 그런 전망을 감상하느라 사진은 거의 남기지 않았지만.
식당에 도착했을 무렵 소강상태던 빗방울이 다시 굵어지기 시작했는데 그까잇꺼 몇 방울 비 맞는 것 쯤이야.
조선식탁과 더힐 카페가 있는 방면은 저녁 땅거미가 지기 전 은은한 하루 빛의 잔해로 말 그대로 그림 같은 풍경이었다.
고개를 남쪽으로 돌리면 나지막한 산의 장벽이 일자로 병풍처럼 펼쳐져 있었는데 산자락 아래라 여겼건만 지도에서 보는 것보다 산무리와의 거리는 조금 멀었다.
지대가 조금 높은 곳이라 시선은 여간해서 막힘 없이 산자락까지 시원스레 뻗었고, 하늘을 뒤덮은 구름이 저녁의 가느다란 빛을 머금어 분위기도 웅장했다.
동상은 실내로 들어서 미리 자리를 잡았고 잠시 주변 경관을 감상하며 치열했던 하루를 고이 접어 묻어둘 수 있었다.
그때 한 무리 가족들이 식당을 빠져나와 주차장으로 향했고, 뒤이어 식당 내부로 진입하자 우리를 제외하곤 한 테이블만 식사 중이라 무척 조용한 분위기에서 정갈한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식당 출입구 옆에 란타나가 넘나 이쁜 꽃을 틔워 시선을 유혹했는데 이 또한 조용한 가운데 화려한 꽃무리를 즐길 수 있었고, 근래 들어 대부분 회사에서 식사를 해결하다 보니 전체적으로 회사 식단이 급식치곤 꽤 만족스럽긴 했으나, 역시 제대로 된 밥을 먹자 입안에서 쌀알 하나하나가 혀끝에 와닿을 정도로 식재료의 고유 질감이 살아있었다.
또한 요즘 외식 특징이 대체적으로 달달한 맛이 강해져 여기 음식 또한 예외는 아니었으나, 식감은 꽤 괜찮았다.
주중엔 진천, 주말 휴일은 동탄에서 생활하기 시작한 8월 1일 이후부터 외식 비율이 급격히 낮아지긴 했지만 간간히 주변 맛집이나 술집을 탐방해 본 결과, 역시 가장 질리지 않고 은은한 식재료의 고유 풍미가 재현된 음식은 집밥이 최고였다.
예전 사우로 지내던 지인들이 비교적 진천에 많이 운집해 있던 터라 다음에 종종 혁신도시 일대에서 만나게 된다면 이런 밥집 정도는 기억해 둬야 스것다.
식사를 끝내고 식당 밖을 나오자 빗방울은 다시 굵어졌고, 인근 스타벅스로 자리를 옮겨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 뒤 헤어졌지만, 늘 보던 사람들의 애틋함은 이렇게 비로소 떨어지고 나서야 알게 되는 진리, 알면서도 뒤늦게 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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