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바다에 있는 영덕은 바로 앞이 바다가 아닌 내륙 도시와 진배없었다.
후포와 저울질하다 호기심에 찾아간 영덕 강구는 대게 식당이 즐비하게 늘어서 다가온 대게철을 실감할 수 있었지만 제 바닥이라고 해서 저렴한 건 아니었다.
다만 바다를 바라보며 대게를 뜯는 기분은 아무런 양념이 없음에도 풍미를 배가 시켜주는 플라시보 이펙트랄까?
모처럼 대게를 질리도록 먹고 나오자 하늘엔 땅거미가 깔려 이내 하루가 저물 기세라 바로 앞에 있는 광장을 한 번 둘러봤다.
꽤나 너른 공원을 한 바퀴 둘러보자 비로소 딱 트인 동해가 눈에 들어오며 나도 모르게 수평선에 시선을 맞췄다.
공원 한 켠 방파제 언저리엔 건조에 한창인 생선이 있고, 그 아래엔 굶주린 길냥이들이 행여나 먹을 수 있는 기회를 노리고 있었지만 촘촘하게 짜여진 그물망으로 인해 쉽게 낚아챌 수 없음을 알고 있는지 집착하지는 않았다.
다행인 건 내 가방에 츄르가 있어 슬며시 다가서서 내밀자 맛나게 드셔주시고 눈인사로 화답했다.
갈 길이 아직 멀었지만 여행에서 만나는 소소한 시간들로 인해 어느새 조급함을 잊게 되었다.
악동 갈매기가 석양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했다.
내 몸에 호의적인 냥이 냄새가 나는지 그리 경계하지 않는다.
두 녀석과 번갈아 가며 눈인사를 주고받다 다른 사람이 다가오자 어느새 사라져 버렸다.
석양도 완전 기울 무렵, 갯마을엔 하나둘 등불이 밝혀지고 오가는 사람들의 걸음은 빨라졌다.
동해를 끼고 있는 공원치곤 꽤 넓어 한 바퀴 도는 것만 해도 저질 체력의 배터리 게이지가 깜빡였다.
수평선에 걸쳐 있는 오징어 잡이 배?
잠깐 사이에 희미하던 등불이 환해졌다.
영덕의 시그니처가 대게라 광장 한가운데 거대 대게 모형이 자리 잡고 있었다.
저걸 삶어? 말어?
땅거미에 실루엣이 보이는 삼사해상공원은 비교적 오래된 공원이다.
때마침 철새가 어딘가로 바삐 날아가고 있었다.
한 사람이 대게 한 마리 먹는 것도 벅차 전멸할 즈음엔 배가 터지는 줄 알았다.
한 마리 11만 원 이면 그나마 서울에 비해서 저렴하긴 하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다음 여정지, 청송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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