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오도산 가는 날_20210427

사려울 2023. 1. 23. 02:42

여행의 출발과 함께 늦다는 핑계로 미뤄뒀던 성묘를 꽃피는 춘삼월 끝물에서야 감행했다.
이미 세찬 바람에 잔뜩 실려 세상을 떠도는 송화가루가 자욱하지만 도심을 벗어나 뺨을 간지럽히는 숲 속 향기는 간절한 휴식의 내음과 흡사했다.
매번 방문 때마다 같은 자리에 서서 정독하는 계절의 정취를 보는 재미는 마치 애써 찾는 파랑새의 자취를 쫓는 것 마냥 졸립던 눈마저 초롱해진다.

최종 목적지인 오도산 휴양림으로 출발하여 고령을 지나는 길에 식사를 해결하고 동네를 둘러보던 중 시간의 흔적이 역력한 한옥에 발걸음이 멈췄다.

너른 마당 본채와 문간 사랑채는 고전적인 한옥을 그대로 살렸고, 옆채는 현대식의 단촐한 현대식인데 나무를 잘라 인간이 편의에 따라 만든 형태를 보면 꽤 오래전 부터 지붕을 받들어 나무 특유의 무늬와 더불어 여러 해에 걸쳐 지탱한 성숙 또한 겸비했다.

그로 인해 손의 지문으로 다듬어진 매끈한 질감이 이질감 없이 전해졌다.

여행길에서 만난 한아름 목단 무리에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잠깐의 여유를 부렸다.
공기 가득 송화가루가 한창인 남부지방에서 잠시 걷는 것도 여름이 마중을 나온 건지 등짝 땀이 배어 나왔지만 정작 여름에 비한다면 이 얼마나 활동하기 안성맞춤 아닌가!

공원으로 가는 강변길은 잘 다듬어진 공원이라기보다 야생의 풀밭을 뚫고 산책로가 그어져 있었다.

넓게 펼쳐진 목단이 아직은 망울을 터트리지 않고 있었지만 이 많은 망울들이 터질 때면 얼마나 장관을 이룰까?

일품 산책로.

합천을 관통하는 황강변 생태공원이 꽤 넓어 목단밭이 넓은 것도 전체에 비하면 일부였고, 오도산까지 가는 길은 그리 평탄하지 않아 일부만 둘러본 뒤 자리를 떠났다.

강 따라 너른 고수부지의 봄정취는 뒤돌아서는 여행자를 유혹하기엔 더할 나위 없었다.

대장군, 여장군님.

널리 늘 이롭게 하소서.

땅거미 질 무렵 오도산 휴양림에 도착, 꽤 많은 숙소에 불이 켜져 있었다.

이번이 3번째 이용하는 휴양림으로 입구에 오래된 통나무집과 달리 근래 들어선 숙소라 너른 실내 공간과 깔끔한 짜임새가 인상적이었다.
많은 휴양림을 이용하는 사이 함께 여행하는 가족, 친구, 일행은 어느새 그걸 헤아리고 이해해 주니까 수월했다.
어색함이 친숙함으로, 적막함이 평화로움으로 재해석되는 나무숲 속의 휴식공간이 이제는 화려한 호텔과 짜여진 콘도미니엄보다 편안하다. 

오도산 정상이 희미한 땅거미 덕분에 육안으로 관찰할 수 있었다.

가장 깊은 자리에 신축 건물이 울 가족이 이용한 숙소로 내부도 꽤나 너르고 시설도 말끔했다.

폰카의 성능이 이만큼 발전했다.

이미 땅거미도 사라진 밤인데 이렇게 선명한 야경 촬영이 된다니!!

머나먼 길 떠난 피로감을 달래주는 산속의 적막이 정겨운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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